(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리알화의 가치가 새해(3월21일 시작) 들어 사상 최하로 추락했다.
27일(현지시간) 이란 외환시장과 환전소에 따르면 미국 달러 대비 리알화의 시장 거래 환율은 이번 주 5만 리알을 돌파했다.
달러당 리알화가 5만 리알을 넘은 것은 사상 처음이다. 핵합의가 이행된 2016년 1월과 비교하면 50% 정도 환율이 올랐고 1년 전과 비교하면 상승률이 30% 정도다.
리알화의 가치가 떨어지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공산품의 물가가 오르고, 외국 투자가 부진할 수 있다.
이란 정부는 외국 여행이 집중돼 달러화 수요가 급증하는 새해 연휴 노루즈가 시작되기 전 환율을 안정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보유한 달러화를 방출하고, 불법 환전소를 단속했다.
정부의 강경책에 달러 대비 리알화 환율은 4만5천리알 안팎으로 진정됐으나 연휴가 마무리되자 다시 상승세를 탔다.
전문가들은 이란 리알화의 가치 폭락이 외환 수급의 불균형 탓이 아니라 대외의 정치적 변수에 따른 심리적 요인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란 리알화 가치는 2017년 1월 이란에 적대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부터 두드러지게 떨어졌다.
특히 최근 대이란 매파인 마이크 폼페이오와 존 볼턴을 각각 국무장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으로 임명하면서 리알화의 불안정성이 커졌다는 게 현지의 해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테헤란의 외환 전문가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란 현 정부가 외국에서 투자를 유치하려고 하지만 리알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 자본이 이란에서 영업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정부는 안도하라고 하지만 이란 시민들이 이를 곧이들으려고 할지 의문이다"라면서 "미국 정부가 실제로 5월에 핵합의를 파기하면 대혼란이 우려된다"고 전망했다.
외환시장이 불안해지자 테헤란 시내의 환전소에는 달러화를 확보하려는 이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달러화를 '장롱'속에 넣어두는 게 은행에 저금하는 것보다 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이란 은행권은 이를 끌어내려고 이자를 연 20%까지 올렸으나 이는 대출 이자 상승으로도 이어져 자금이 금융권을 통해 실물경제로 흐르는 선순환을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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