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패싱' 차단성공…한반도 비핵화 논의과정 '지분 확보'
북중 관계 강화로, 차후 미중 패권경쟁서 지렛대 활용 노림수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전격적인 북중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중국은 향후 한반도 문제에서 어떤 역할을 기대하고 있을까.
무엇보다 중국은 4월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김 위원장의 방문과 북중 정상회담을 실현시킴으로써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이 소외되는 상황은 피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의 주도적 노력으로 마련된 한반도 격변기 상황에서 중국은 일단 '차이나 패싱'을 차단하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며 '한반도 운전대'에 손을 얹어놓게 됐다.
그간의 북중관계를 돌이켜보면 이번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의 만남은 극적인 반전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내 친중파인 장성택 처형과 김정남 암살과 함께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따라 중국이 유엔 대북제재 이행에 적극 참여하면서 북중관계는 소원을 넘어 경색, 냉각 단계로 치달았다. 급기야 지난해 11월 평양을 방문한 시 주석의 특사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김 위원장이 만나지 않고 푸대접한 일도 있었다.
중국 내부에서 절대권력을 확립한 시 주석은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끝난 시점을 중국 외교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북한 문제 해소에 나설 적기로 판단했음직 하다.
북한과 관계 회복을 통해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의 지분과 영향력을 다시 확보하고 미국과의 패권경쟁에서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포석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시 주석은 북미 대화 과정과 그 이후 한반도 비핵화, 북한 체제보장 프로세스에 중국의 본격적인 개입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시 주석은 6자회담 재개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중에서도 한반도 비핵화에 중국이 어떤 역할을 할지가 관심이 집중되는 대목이다.
그간 중국이 북중관계 개선의 조건으로 비핵화에 대한 명확한 입장 천명을 요구해왔던 만큼 이번 북중 정상회담의 실현은 김 위원장이 시 주석에게 비핵화 의지에 대한 모종의 언질을 줬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이어 비핵화의 장기적 로드맵과 함께 남북, 북미 정상회담 개최 결정의 배경을 설명하며 국제 대북제재 해제를 위한 중국의 지원과 중국의 대북 경제협력을 요청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은 이런 요구 사항에 맞춰 단순한 중재자 이상의 개입을 요구했을 것으로 보는게 타당하다. 미국에 맞서 한반도 내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 최우선적인 고려사항이다.
우선 중국은 북미 정상회담이 실패할 경우 북한에 국제제재 완화 등의 외교 경제적 활로의 제공을 약속했을 개연성이 커 보인다.
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에서 비핵화 로드맵에 합의한다면 북한이 원하는 체제 보장 요구에 적극적인 지원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차후 로드맵을 그릴 6자회담 재개 의지를 밝히고, 북한에 참여를 종용했을 수도 있다.
한반도 문제 해법으로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과 쌍궤병행(雙軌竝行·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을 주장해온 중국은 해결 절차로 남북대화→북미대화→6자회담 수순을 강조해왔다.
특히 중국이 트럼프 행정부를 견제할 카드로 북한을 활용할 가능성은 매우 큰 편이다. 현재 치열하게 전개되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미국을 압박할 수단으로 북한을 활용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관영 환구시보가 26일 사평에서 "미국이 대만과 남중국해 카드로 무역전쟁에서 공격해 올 수 있지만, 중국은 한반도 등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각종 카드를 견제할 능력이 있다"고 밝힌 점은 의미심장하다.
스인훙(時殷弘) 중국 인민대 교수는 "이번 북중 대화는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서 배제되지 않으려는 목적 외에도 무역, 대만 문제에서 압박을 가하고 있는 미국에 간접적으로 보복하기 위한 의도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아울러 현재 미국의 외교안보 라인을 장악한 강경파를 견제할 수 있는 카드로서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중국의 역할을 선의로만 해석할 수 없다. 새로운 악순환 고리의 시작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중 양국의 이런 긴밀한 접근과 공조, 나아가 중국의 대북 지원이 대북제재 강화로 북한의 변화가 유도된 현재의 흐름에 역행해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중 관계의 대치 전선이 확대되면서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대미 압박의 '수단'으로 사용하려 한다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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