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5년 징역형·난민 1인당 최고 2천만원 벌금폭탄 위기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최근 지중해에서 난민 100여 명을 구조해 이탈리아 항구로 입항한 스페인 비정부기구(NGO) 선박 관계자들이 불법이민 지원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고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27일(현지시간) 전했다.
이탈리아 판사 눈지오 사르피에트로는 이날 이 난민구조선 선장과 수색·구조 책임자가 불법이민 지원 혐의로 재판을 받도록 하는 결정을 내렸다.
불법이민 지원은 최대 5년의 징역형과 불법적으로 이동시킨 난민 1명당 1만5천 유로(약 2천만원)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스페인 자선단체 '프로악티바 오픈 암스'(이하 프로악티바)는 지난 15일 리비아에서 출발한 난민 117명을 공해 상에서 구조했다.
당시 리비아 해안경비대가 난민들을 넘겨 달라고 요구했으나 이 단체는 이를 거부하고 17일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 포찰로 항구에 입항했다.
현지 검찰은 이 선박을 몰수하고 이 두 관계자를 불법이민 지원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이탈리아는 2014년 이래 60만 명에 달하는 난민이 쏟아져 들어오자 불법 난민 억제를 위해 지난해 7월 유엔의 지지를 받는 리비아 통합정부와 협정을 맺고 리비아 해안경비대의 난민 밀입국 선박 단속 활동을 측면 지원하고 있다.
협정에 따라 리비아 해안경비대는 난민을 리비아 수용소로 보내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정부는 지중해 난민구조에 있어 큰 역할을 담당해온 국제 NGO가 리비아 당국에 협조하도록 요구하는 행동 규약을 내놨다.
국제 인권 단체들은 이 같은 이탈리아의 난민 억제 정책으로 인해 유럽행을 원하는 난민들이 리비아에 발이 묶인 채 폭행, 고문, 강간, 강제 노역 등 인권 유린에 시달리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NGO는 난민을 리비아로 돌려보내거나 타격이 큰 처벌을 감수하기보다는 지중해에서 난민 수색·구조 활동을 중단하는 쪽을 택하고 있다.
이번에 재판에 넘겨진 '프로악티바 오픈 암스'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지중해에서 계속 난민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는 2개 단체 가운데 하나다.
'프로악티바 오픈 암스'는 이탈리아 정부의 NGO 행동 규약은 법적인 구속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단체 대변인 리카르도 가티는 "공해 상에서 우리가 사람을 리비아 당국에 넘겨주도록 강제할 수 있는 법은 없다"면서 "특히 우리에게는 그들이 학대당할 것이라고 우려할 근거가 있다"라고 말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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