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해양수산부가 2022~2024년에 개장할 부산신항 신규 터미널에 무인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불거진 일자리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28일 오후 부산시 영도구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서 열린 '국내 자동화 항만 구축 정책토론회'에서 급변하는 해운물류 환경과 4차산업 혁명에 대응하려면 자동화가 필요하며 이는 세계적인 추세라는 주장과 아직 검증되지도 않은 데다 기존 근로자들의 대량 실직을 불러올 무인자동화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부산항만운송노동연구원 임동우 원장은 '무인 자동화를 바라보는 항만노동자'라는 주제 발표에서 현시점에서 무인자동화기술수준이 과연 생산성, 투자비 회수, 다른 산업의 자동화 연계 등과 같은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 의문이며, 무인자동화가 과연 최선의 정책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원장은 이미 무인 자동화를 도입한 외국 항만의 사례를 들어 생산성이 반자동화 상태인 부산항보다 훨씬 떨어지며, 투자비가 막대해 회수에 오랜 기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환적화물 비중이 50%를 넘고 주말에 화물이 몰리는 부산항의 특성상 자동화 시설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 오히려 항만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외국 항만들은 오랜 시간을 두고 자동화를 위한 준비를 하고 현장실험을 거듭해 왔음에도 효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등 아직 검증조차 끝나지 않은 상태라고 주장하며, 현장 하역근로자 80% 이상의 실직을 초래하는 자동화를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항도 4차산업 혁명에 대비해 스마트항만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자동화 기술의 안정성이 검증되고 나서 외국 기술 의존도를 최소화하는 등 여건이 갖춰졌을 때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최상희 실장은 '글로벌 자동화 터미널 실태와 추진방향' 주제발표에서 해외 선진국들은 앞다퉈 신규 항만을 자동화터미널로 건설하고 있다며 4차산업 혁명에 대응하고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선 자동화가 필수라고 주장했다.
최 실장은 로봇과 인공지능이 사물인터넷으로 연결되는 4차산업 혁명에서 자율운항선박과 자율주행자의 목적지는 항만이기 때문에 항만도 이에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자동화로 인해 기존 일자리 대부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며 반자동화 터미널 대비 45.7%의 인력은 유지되고, 자동화 설비와 장비 운영·유지·보수 부문에서 새로운 일자리들이 많이 생긴다고 말했다.
초기 투자비도 반자동화 터미널 대비 20%가량 더 들 뿐이며, 연간 운영비는 오히려 16%가량 줄이는 효과가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자동화 터미널의 생산성이 낮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각 항만의 여건이 모두 다르므로 단순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자동화 터미널의 생산성은 앞으로 계속 높아질 것이고 이는 외국 자동화 항만에서 그렇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처음 자동화 야드 크레인을 도입했을 당시 반발과 우려가 있었지만 결국 성공했고 부산항 전체로 확대돼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부산신항 4부두 운영사인 HPNT 장원호 상무는 부산항이 너무 서둘러 실패한 사례로 한꺼번에 컨테이너 4개를 옮길 수 있는 텐덤크레인 도입을 들고, 자동화는 충분한 검증을 거쳐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좋은 항만은 천천히 가도 여전히 좋은 항만이 된다"는 말로 자동화를 서두르지 말자는 뜻을 우회적으로 표시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박인호 부산항발전협의회 공동대표는 "대량실업이 우려되는 사안인 만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무인자동화 논의를 중단하고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해 정부, 부산시, 항운노조,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체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부산항운노조 김현진 부장은 "노조는 신항 서컨테이너부두 무인자동화에 반대한다"며 테스트베드를 먼저 구축하고 기존 근로자 직무전환 대책을 세울 것을 요구했다.
재개발로 폐쇄되는 북항의 부두 근로자들의 고용 유지를 위해 신항의 신규 부두를 폐쇄되는 북항의 운영사에 우선 공급하자는 주장도 했다.
북항 자성대부두 운영사인 한국허치슨터미널 최상화 상무도 투자비와 생산성을 고려하면 기술적 소프트웨어에서 문제가 있다며 도입 시기 결정에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부산항만공사 민병근 건설실장은 자동화 시기와 수준이 고민이라고 말했고 부산시는 근로자들의 일자리 보장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을 표했다.
해양수산부 김명진 과장은 "실직자 없는 시스템 도입을 위해 노력하겠으며 중장기 로드맵 용역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수부는 노사정이 참여하는 상설협의체를 구성해 자동화 문제를 논의한다는 방침이지만 시기 조절을 주장하는 항운노조가 이에 참여할지가 불투명한 데다 워낙 입장차가 커서 첨예한 갈등을 빚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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