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 작사가는 안창호…도산의 다른 계몽가사와 유사"

입력 2018-03-28 20:08   수정 2018-03-28 20:48

"애국가 작사가는 안창호…도산의 다른 계몽가사와 유사"
신용하 교수 '학술원통신'서 주장…"후렴 작자는 알 수 없어"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100여 년 전부터 불러온 노래 '애국가'의 작사가는 가사 내용과 사상적 측면에서 도산(島山) 안창호(1878∼1938)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행사에서 불린 뒤 사실상 '국가'가 된 애국가는 안익태(1906∼1965)가 작곡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으나, 작사가는 여전히 미상이다.
국사편찬위원회가 1955년 조사위원회를 꾸려 작사가를 찾아내기 위한 작업을 벌였지만, 뚜렷한 결론이 나지 않았다. 이후 60여 년간 안창호와 좌옹 윤치호(1865∼1945), 두 사람을 두고 학계에서 논쟁이 이어져 왔다.
28일 학계에 따르면 독립운동사를 연구해 온 신용하 서울대 명예교수는 '대한민국학술원통신' 제297호에 실린 글 '애국가 작사는 누구의 작품인가'에서 그간에 나온 사료와 증언이 아니라 도산과 좌옹이 남긴 글과 애국가 가사의 연관성을 바탕으로 안창호설을 지지했다.
신 교수는 먼저 윤치호설의 근거가 되는 1908년 작품집 '찬미가'를 검토했다. 찬미가는 윤치호가 역술(譯述)했다는 작품을 모은 책으로 15곡의 가사가 수록돼 있다. 그중 "성자신손 천만년은"으로 시작되는 10번째 노래 '무궁화가'는 후렴이 오늘날 애국가와 같은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이고, 14번째 노래는 현재 애국가와 가사가 거의 같다.
이에 대해 신 교수는 "역술은 번역해서 썼다는 의미로, 찬미가 가사는 다른 사람이 지은 것이 대부분"이라며 "14번째 노래에도 윤치호 본인이 썼다는 표시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도산이 20여 편의 애국 계몽가사를 남겼다고 설명한 뒤 '한양가', '조국의 영광', '대한청년 학도들아', '거국가' 등과 애국가의 유사성을 살폈다.
애국가 2절은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 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이다. 그런데 한양가에는 "남산 위에 송백들은 사시로 푸르다", 조국의 영광에는 "송백의 푸른빛은 창창하고/ 소년의 기상은 늠름하도다"라는 구절이 있다.
또 도산이 지은 다른 가사 중 "가을 하늘 반공 중에/ 높이 빛난 명월(明月)인 듯", "대한청년 학도들아 동포형제 사랑하고/ 우리들의 일편단심 독립하기 맹세하세"는 애국가 3절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 밝은 달은 우리 가슴 일편단심일세"와 흡사하다고 신 교수는 주장했다.
애국가 1절과 관련해서는 "동해에 돌출한 나의 한반도야/ 너는 나의 조상나라이니", "우리 황조 단군께서 태백산에 강림하사/ 나라집을 건설하여 자손 우리에게 전하셨네", "태산이 변하여 바다 되다/ 바다가 변하여 들이 된들/ 나라 사랑하는 내 맘 변할손가"라는 구절과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가 동일한 시상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애국가 4절도 도산의 다른 작품과 비슷하다면서 "구한말 다른 어떤 사람의 애국 계몽가사에도 애국가 내용과 일치하는 것은 없다. 도산이 애국가의 본 가사를 짓고, 후렴구는 작자를 알 수 없는 무궁화가에서 차용했다고 본다"고 추정했다.
그는 "윤치호는 황실을 존중하고자 했기 때문에 애국가 가사를 지었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그에 반해 도산은 국민과 민주주의, 애국을 역설했기에 사상적으로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신 교수는 애국가의 작사 시점을 1907년 3월에서 1908년 8월 사이라고 주장하면서 "1908년 9월 평양에 대성학교를 개교하자 도산이 윤치호를 교장으로 추대하고 자신은 대리교장으로서 실무를 담당할 때 윤치호의 동의를 받은 뒤 애국가를 부르게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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