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테흐스 "고맙지만 위기 멈출 방법은 정치적 해법 뿐"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앙숙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해 예멘내전에 개입한 사우디아라비아가 예멘의 인도적 위기 해결에 써달라며 9억3천만 달러(한화 9천995억 원)를 유엔에 기부했다.
28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전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과 만나 예멘 사태를 논의하면서 기존에 약속했던 기부금을 전달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사우디의 기부에 감사의 뜻을 밝힌 뒤 "인도적 위기 사태에 인도적 해법은 없다. 정치적 해법이 필요한 때다"며 내전 종식을 위한 해법 모색을 강조했다.
이날 기부에는 사우디 동맹군의 중요한 축인 아랍에미리트(UAE)도 참여했다.
중동의 빈국인 예멘은 내전이 중동의 패권 경쟁으로 변질하고 전염병까지 창궐해 최악의 인도적 위기를 겪고 있다.
사우디 외무부는 빈살만 왕세자와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만남이 매우 생산적이었으며 광범위한 의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4년째로 접어든 전쟁으로 예멘에서는 1만 명이 폭격 등으로 숨졌고, 2천 명이 콜레라로 사망했다. 인구의 70%인 2천만 명이 끼니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다. 700만 명은 심각한 영양실조를 겪고 있다.
미국의 지원을 받는 사우디 동맹군은 수도 사나를 차지한 후티 반군을 고립시키기 위해 항구, 공항을 전면 봉쇄하고 인도적 물자 공급까지 막았다가 비판을 받자 일부 해제하기도 했다.
유엔인권이사회는 지난해 9월 유럽연합(EU), 캐나다의 주도로 예멘내전에서 저질러진 인권 유린 범죄를 조사하기 위한 조사관을 파견하는 결의안을 아랍 국가의 반대 속에 채택했다.
사우디 동맹군은 학교와 시장, 병원 등 민간인 시설을 의도적으로 공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편 유엔은 다음 달 3일 제네바 사무국에 예멘의 인도적 위기를 풀기 위한 기부 서약 행사를 연다. 이 행사에는 구테흐스 사무총장과 율리 마우러 스위스 재무장관, 이사벨라 뢰빈 스웨덴 부총리 등이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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