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볼 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 좌완 투수 유희관의 슬라이더가 바깥쪽 코스로 휘어져 나갔다.
'이건 빠졌어.' 채태인은 그렇게 믿었다. 공의 궤적을 몸으로, 눈으로 끝까지 쫓아간 터였다.
하지만 구심은 세 번째 스트라이크를 선언했다. 채태인은 허탈한 듯 배트를 손에서 놓았다.
채태인은 구심에게 '이게 어떻게 스트라이크냐'며 항의한 뒤 배트를 집어 더그아웃 쪽으로 휙 집어 던졌다.
노골적인 불만의 표시였다. 구심 역시 정색하며 채태인을 몇 차례 불렀으나 채태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지난 28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롯데 자이언츠가 4-3, 1점 차 박빙의 리드를 이어가던 5회 초 무사 1루에서 벌어진 상황이다.
개막 후 3연패에 빠진 롯데는 시즌 첫 승이 절실했고, 모처럼 잡은 승리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달아나는 점수가 필요했다.
채태인이 볼이라고 생각했던 공에 대해 스트라이크 판정이 내려지자 예민하게 반응한 것도 그래서다.
4-3의 스코어가 그대로 이어진 8회 초 2사 2루에서도 롯데로서는 아쉬운 볼 판정이 나왔다.
전준우가 볼 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바뀐 투수 곽빈의 변화구에 서서 삼진을 당했다.
공은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것으로 보였으나 구심은 루킹 삼진을 선언했다.
추가 득점 기회를 번번이 놓친 롯데는 8회 말 3루수 한동희의 뼈아픈 실책을 시작으로 두산에 3실점 하고 개막 4연패의 늪에 빠졌다.
물론 롯데에만 불리하게 심판 판정이 내려졌다고 볼 근거는 없다. 두산 쪽에서도 할 말이 없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두 번의 스트라이크 판정이 모두 롯데로서는 결정적인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지우기는 어렵다.
롯데는 지난해 유독 잦은 오심 논란에 휩싸이며 심판 판정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그래서 롯데 선수단과 팬들은 판정에 더욱 민감하다.
지난해 오심 피해로 생긴 상처가 채 아물지도 않았는데, 올 시즌 초반부터 판정 논란이 재연되는 모양새다.
27일에는 잠실 두산전에서 이대호가 우월 2루타를 뽑아냈음에도 1루를 밟지 않았다는 '누의 공과'로 아웃된 것도 롯데로서는 땅을 칠만한 장면이었다.
느린 화면으로 봐도 상황은 애매했다. 이대호가 왼발 뒤꿈치로 베이스를 밟은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지나친 것으로도 보였다.
하지만 심판은 두산 쪽의 어필을 받아들여 아웃을 선언했다. 비디오 판독 적용 대상이 아니었기에 롯데로서는 받아들여야만 했다.
물론 판정에 예민해지면 예민해질수록 손해를 보는 쪽은 롯데다. 4연패에 빠진 롯데가 넘어야 할 또 하나의 난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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