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인류 DNA 해독…동지중해·서아프리카와 접촉 훨씬 빨라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약 1만5천 년 전 모로코에 살던 사람들의 DNA를 해독한 결과, 고대 인류의 이주 역사를 새로 쓸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 석기시대 사람들은 이전에 생각하던 것보다 이미 훨씬 오래전에 동부 지중해(Eastern Mediterranean)와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에 살던 사람들과 유전적 유산을 공유하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독일 막스 플랑크 인류역사과학연구소(MPISHH)의 정충원 연구원과 요하네스 크라우제 연구원이 이끄는 과학자들은 최근 이런 연구결과를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고 인디펜던트 등 영국 언론들이 29일 보도했다.
정 연구원은 "분석 결과, 북아프리카와 근동(Near East)이 유전적 장벽이 많지 않은, 한 지역의 일부였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고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정 연구원은 시카고대에서 인간유전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구팀은 모로코 북부 타포랄트 동굴의 이베로모루시안(Iberomaurusian) 9명의 DNA 샘플을 분석했다. 이 동굴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공동묘지다.
이베로모루시안은 약 2만 년 전부터 1만 년 전 사이에 살았으며, 북아프리카에서는 처음으로 세석기(細石器·microliths)로 알려진 섬세한 돌 연장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 결과, 타포랄트에서 나온 DNA 샘플 중 3분의 2는 고대 나투피안(Natufian)의 것과 정확히 일치했다. 나투피안은 약 1만1천500년 전까지 팔레스타인과 이라크, 시리아를 포함한 중동의 동지중해 지역에 살았다.
또 나머지 3분의 1은 서부 아프리카의 현세 인류와 DNA가 들어맞았다.
이로써 사하라 사막은 이주의 주요 걸림돌로 알려졌으나, 사막 양쪽에 살던 두 사람이 이전에 생각하던 것보다 더 일찍 교류하고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근동의 유전적 요소가 서부로 퍼져나가는 데는 이전 생각과 달리 이미 약 2만5천 년 전에 심화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북아프리카는 인류 진화사에 중요하다. 아프리카 남부에서 대륙 밖으로 오가려면 사하라 사막이 큰 장애가 됐기 때문에 이곳의 지형은 인류의 이주 연구에 흥미를 더해주고 있기도 하다.
공동저자인 런던 자연사박물관의 루이스 험프리는 "타포랄트는 북서부 아프리카 인류사 이해에 중요한 지역"이라며 "현생 인류는 석기시대 중후반부 내내 이 지역 동굴에 자주 살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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