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예술"…강원도 골짜기서 '오브제'를 발견하다

입력 2018-03-29 18:07   수정 2018-03-29 19:41

"일상이 예술"…강원도 골짜기서 '오브제'를 발견하다
뮤지엄 산 기획전 개막…안도 다다오·송중기 등 작품 출품



(원주=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프랑스 작가 마르셀 뒤샹이 소변기에 '샘'이라는 이름을 붙인 뒤 미술 전시회에 천연덕스럽게 출품한 지도 올해로 꼭 100년이 됐다. '샘'은 예술품이란 무릇 작가가 붓칠하고 깎아낸 것이라는 생각을 깨뜨리며 현대미술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오브제'는 본래 기능을 잃어버리고 예술품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강원도 원주의 뮤지엄 산(SAN) 청조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일상의 예술: 오브제' 전은 평범한 사물이 예술이 되는 오브제를 조명하는 자리다. 언뜻 봐서는 화이트큐브와 어울리지 않는 듯한 대상들을 과감히 전시의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전시 취지에 맞게 참여자들도 기성작가뿐 아니라 미술관을 설계한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 한류스타 송중기,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등 각계 인사와 공모전을 통과한 일반 시민으로 폭을 넓혔다.
40명의 작품은 '발견된 오브제' 오브제의 변용' '관계하는 오브제' 등 3가지 관점으로 나뉘어 배치돼 있다.
다다오의 '시계 상자'는 크기가 손바닥만 하지만, 일본 오사카에 있는 대표작 '빛의 교회'를 떠올리게 한다. 그는 안팎이 개방된 디자인의 시계 상자에 '빛의 교회' 모형을 집어넣었다. 주변에 있는 기성품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오브제다.



유 전 청장이 내놓은 근사한 금속 오브제의 정체는 숲에서 큰 나무를 벌목할 때 사용한 톱이다. 영남대 재직 시절 대구 건들바위 민속품 가게에서 산 것이다. 유 전 청장은 이 오브제를 출품하면서 "기능적으로 생긴 형태이지만 현대조각을 연상케 하는 조형성을 느끼게 된다. 내 연구실에 온 사람들은 언제나 이 쌍톱을 설치미술인 양 감상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박혜수 작가는 길에서 낡고 녹슨 녹색 금고를 발견한 뒤, 금고에 맞는 열쇠를 수년간 찾아 모은 작업 '로스트 드림 앤 로스트 키'를 재현했다. 전시장 벽면을 뒤덮은 수천 개의 열쇠는 저마다 다른 사연을 품고 있다. 내가 과거 잃어버린 열쇠가 있는 것은 아닐지, 관람객이 유심하게 열쇠를 관찰하게 이끄는 작품이다.
사이좋게 앉아있는 헝겊 인형들은 40대 여성인 김정은 씨가 쓰지 않는 옷감들을 갖다가 만든 것이다. 외할머니 손때가 묻은 이불 홑청, 얼마 전 하늘나라로 간 친구가 일본 여행에서 사다 준 유카타, 남편의 오래된 수술복 등 오랫동안 품고 있었던, 사연 많은 옷감은 작품으로 거듭났다.
이밖에 송중기가 선수 시절 썼던 낡은 스케이트화, 파독 광부·간호사 부부가 이국땅에서 소중히 간직했던 1920년대 제작 일본 시계, 돌에 구멍을 내어 쇠를 꽂아 곤충의 형태를 만든 김종렬 작가의 '돌개미' 등 다양한 오브제를 만날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오수경 큐레이터는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전시를 보다 보면 '어, 우리 집에도 이런 물건이 있는데'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라면서 "그만큼 예술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있다는 것을 말하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일상의 예술: 오브제'는 한솔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뮤지엄 산의 개관 5주년을 기념하는 상반기 전시이다. 해발 275m 산속에 자리한 미술관의 관람객 수는 첫해 7만 명에서 지난해 16만 명으로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미술관은 올해는 17~18만 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
뮤지엄 산은 올해 하반기에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건물을 추가로 짓고 이와 연계한 새로운 전시를 선보일 계획이다.
'일상의 예술: 오브제' 전시는 9월 2일까지.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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