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NAPHOTO path='C0A8CA3D00000161FB48AD7A00040E2B_P2.jpeg' id='PCM20180306004217044' title='문재인 대통령-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남북정상회담 (PG)' caption='[제작 이태호] 사진합성' />
문 대통령, 묵직하게 주변부터 설득…김 위원장, 반전·승부수 즐겨
靑 관계자 "바둑으로 치면 문 대통령은 이창호, 김 위원장은 유창혁"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역사적인 '2018 남북정상회담' 일자가 다음 달 27일로 결정됐다. 회담장에서 자리를 마주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외교 스타일은 상당히 대조적이다.
문 대통령이 난관이 예상되더라도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는 판단이 서면 상대방에게 진심을 내보이고 묵직하게 밀고 나가는 스타일이라면, 김 위원장은 상대의 예상을 뛰어넘는 '반전'과 '깜짝 승부수'를 즐기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29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바둑 고수에 비유하자면 문 대통령의 외교 스타일은 이창호 구단의 기풍과 비슷하다. 바로 중원으로 뛰어들지 않고 진정성을 갖고 주변부터 착실하게 설득하면서 하나씩 수를 쌓아나간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 기간 보수진영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면 평양부터 갈 것"이라며 네거티브 공세를 펼쳤지만, 문 대통령은 취임 후 바로 북한과 접촉하지 않고 미·중·일·러 등 한반도 정세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주변 4강(强) 정상들부터 만났다.
취임 직후인 지난해 6월 워싱턴을 방문해 한미정상회담을 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핵 문제의 평화적·외교적 해결을 강조했으며,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다.
아울러 베를린 구상을 발표하며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반도 신경제 지도를 그리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발표 당시 베를린 구상에 대해 '현실성이 떨어진다'거나 '헛된 희망'이라는 비판적 시각이 지배적이었으나, 문 대통령은 북한과 미국이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는 속에서도 일관되게 평화적·외교적 해결을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때로는 상대방을 띄워주기도 하면서 뚝심있게 '진심외교'를 이어갔고, 그 결과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남북-북미회담 실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역사적인 회담을 끌어냈음에도 문 대통령은 여전히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난 9일 "문 대통령은 남북문제를 '유리그릇 다루듯 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기적처럼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신중에 신중을 기하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창호 바둑처럼 상대방에게 양보하면서 평범하게 두는 것 같지만, 마지막에는 미세하게 이기는 것이 문 대통령의 스타일"이라며 "실제로 문 대통령의 바둑 스타일도 이창호 구단과 흡사하다"고 전했다.
반면, 김 위원장의 외교 스타일은 문 대통령과는 대조적이다. 바둑 고수에 비하면 화려한 공격력을 자랑한 유창혁 구단과 흡사하다는 평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국제사회의 맹비난에도 불구하고 6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대륙간탄도탄(ICBM)급 미사일 발사를 이어나갔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원색적인 표현까지 사용하며 군사적 긴장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하는 '반전'을 선보였다.
지난 4∼5일 평양을 방문한 우리 특사단을 맞이한 자리에서는 "체제 안전이 보장되면 북한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며 비핵화 의지를 밝히는 등 민감하게 여길 것으로 예상한 문제에 대해서도 솔직하고 분명하게 입장을 표명했다.
또 수석 특사였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제안하기도 했다. 우리 정부의 특사를 자신의 메신저로 활용하는 대담함을 보인 것이다.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특사단은 김 위원장의 외교 스타일에 대해 "솔직하고 대담하다"고 평했다.
김 위원장의 과감한 행보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취임 후 한 번도 찾지 않았던 중국을 전격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남북-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전통적 우방이었던 중국과의 관계를 복원하고 이를 지렛대로 활용해 협상력을 높이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상반된 스타일의 두 정상이 회담장에서 이야기를 잘 풀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두 정상이 모두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내비친 만큼, 회담장에서 문 대통령의 우직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스타일과 김 위원장의 과감한 외교 스타일이 잘 어우러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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