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매수초과 11조엔, 채권은 6조엔, 저금리로 기관도 주식 투자 늘려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 투자자금이 해외 주식으로 향하고 있다. 2017년 일본 자금의 해외주식 투자는 약 11조 엔(약 110조 원)의 매수 초과를 기록, 6조 엔의 매수 우위를 기록한 외국채권을 처음으로 앞설 것으로 보인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30일 보도했다. 재무성이 3월24일까지의 대내외 증권투자실적을 집계한 속보치다.
연간 기준으로 펀드를 포함한 외국 주식의 매수 초과액이 외국 채권을 추월하기는 비교가능한 1996년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일본 자금의 해외 투자는 안전성이 높은 미국 국채 등 채권이 주 대상이었다.
투자신탁 등을 경유한 개인투자가의 매수가 늘어난데다 은행과 생명보험 등 기관투자가들도 주식매입에 적극 나선 결과다. 투자자들은 세계적으로 채권 수익률이 낮아지자 주식투자에서 높은 수익을기대하고 있다.
투자신탁을 경유한 개인의 투자가 특히 두드러졌다. 개인은 작년 1년간 5조 엔(약 50조 원) 정도의 매수우위를 보였다. 인공지능(AI)과 로봇 관련 주 등 테마성 주식과 신흥국 주식 투자상품이 인기였다. '글로벌 로보틱스주식펀드(연 2회 환매형)'에는 작년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3천160억 엔(약 3조1천600억 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노무라 인도주식투자'펀드에도 2천300억 엔이 몰렸다.
도이체 애셋 매니지먼트 조사에서는 외국주식 투자펀드에 지난 2월까지 18개월 연속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 채권은 직접 구입이 많아서 전체적으로는 매수 우위를 보였지만 외국 채권펀드에서는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
후쿠오카(福岡)현에 사는 65세 남성은 작년 5월 미국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와 엔비디아 등 AI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투신상품에 1천만 엔(약 1억 원)을 투자했다. "AI는 장기 투자대상"으로 보고 투자해 1년이 채 안되는 기간에 300만 엔(약 3천만 원) 정도의 수익을 올렸다. 도쿄도(東京都)내에 사는 33세의 한 남성은 작년 11월 소니 등의 일본 주식을 팔고 유럽과 미국의 로봇 관련 주식에 투자하는 상품에 투자했다. "국내외 기업에 분산 투자하는 이점"이 투자이유라고 설명했다.
기관투자가도 투신을 경유한 외국 주식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은행 등 예금취급기관의 작년 말 기준 투신투자 잔액은 26조 엔으로 5년만에 4배로 증가했다. 외국계와 해외 헤지펀드 투자도 많다.
생보사와 연금기금 등도 외국주식을 직접 사들이고 있다. 연금적립금관리운용 독립행정법인(GPIF)은 160조 엔(약 1천600조 원)이 넘는 운용자금의 25%를 외국 주식에 굴리고 있다. 4년 전에는 15% 정도였지만 운용 다양화의 일환으로 주식 운용액을 늘려왔다.
기관투자가들이 외국 주식을 사는 건 세계적인 저금리로 채권 수익률이 낮기 때문이다. 일본 국채의 경우 중앙은행의 금융완화 정책으로 10년 만기 채권이라도 금리가 거의 제로다.
지난 몇년간 미국 국채에 대한 투자를 늘려 왔지만 미국이 금리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데도 장기금리는 생각만큼 오르지 않고 있어 채권 투자에 소극적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외국 주식은 가격 변동이 큰 데다 환율변동 위험도 수반되는 만큼 시황이 악화할 경우 손실 위험도 커진다고 지적했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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