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영석 기자 = 중국이 모기와의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최장 2㎞ 떨어진 모기의 날개 움직임까지 포착할 수 있는 미사일 방어용 초고감도 레이더를 개발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30일 중국 정부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과학자들의 말을 인용해 현재 베이징기술연구원 국방 실험실에서 이 레이더 장비 실험을 실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과학자는 "모기 크기의 목표물을 포착하고 추적하는 것은 이제 더는 공상과학이 아니다"라면서 "우리는 이 기술을 실험실이 아니라 사람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실생활에서 곧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금까지 모기가 빼앗은 인간의 목숨은 연간 100만 명 이상으로 전쟁으로 죽은 사람들보다 수가 더 많다. 모기는 말라리아에서부터 신형 바이러스인 지카까지 온갖 질병을 보유한 미생물을 전염시킨다.
현대 군사용 레이더는 수십 년간의 기술 개발 끝에 아주 멀리 떨어진 조그만 물체의 메아리까지 감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 국방부 미사일방어국(MDA)의 해상 배치 X-밴드 레이더는 4천㎞ 떨어진 야구공 크기의 물체까지 감지할 수 있다.
중국도 미사일이나 스텔스 비행기를 추적할 수 있는 유사한 레이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이러한 군사 프로젝트가 모기와의 전쟁에도 사용할 수 있다고 보고 현재 레이더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룽텅(龍騰) 베이징기술연구원 레이더기술연구소장이 이끄는 이 팀은 지난 연말까지 중국 중앙정부로부터 8천200만 위안(139억 원) 이상의 예산을 지원받아 야전에서 실험할 수 있는 모기 감지용 레이더를 건설해왔다.
이들 과학자는 이 레이더가 여러 주파수의 전자파 펄스를 급속 송출해 무선 전파가 모기와 부딪히면 종류와 성별, 비행 속도, 방향 등의 정보를 전송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이 레이더는 주택가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지붕 위에 설치할 수 있으며 모기 주요 서식지와 번식지, 휴식처 위치를 정확히 찾아내는 용도로 쓰인다.
다른 나라 과학자들이 새나 메뚜기, 나방 등의 집단 이동을 추적하기 위해 민간 레이더망을 사용한 적은 있지만 모기를 퇴치하기 위해 레이더를 이용하는 것은 중국이 처음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과학자는 곤충 생태학자와 레이더 전문가 등 여러 분야 과학자들로 이뤄진 팀이 레이더를 개발하면서 이 기술을 군사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으나 구체적인 내용과 레이더 완성 시점을 묻는 말에는 답변을 거부했다.
그는 "우리는 현재 1대 또는 2대를 건설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레이더를 대량생산해 중국 전국에 설치해 대규모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모기는 물론 조류 동물의 움직임을 관측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ys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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