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군산공장 비정규직의 설움…"해고되고도 차별을 받습니다"

입력 2018-03-31 06:07  

GM 군산공장 비정규직의 설움…"해고되고도 차별을 받습니다"
해고된 비정규직 198명에겐 실업급여 신청 자격뿐…"취업·금융·복지·교육 등 절실"

(군산=연합뉴스) 최영수 기자 = "비정규직의 차별은 해고 후에도 여전합니다. 위로금 등을 받는 정규직에 비해 우리에게는 실업급여 신청 자격밖에 없습니다."



한국GM 군산공장에서 사내 협력업체 직원으로 일하다 3월 31일자로 근로계약이 해지된 비정규직 근로자 A(46)씨는 "11년간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았는데…. 문자메시지 한 통으로 해고 통보를 받은 이 심경은 말로 표현하기 힘듭니다"라며 울먹였다.
A씨는 지난달 26일 동료 100여명과 함께 소속 회사로부터 '군산공장 폐쇄 결정으로 (회사) 도급계약이 종료돼 근로계약이 해지됐다'는 갑작스러운 휴대전화 메시지를 받았다.
A씨와 함께 청천벽력의 해고 통보를 받은 사내 협력업체 3곳의 직원은 모두 198명이다.
48명이 5월 31일, 나머지는 3월 31일자 이후 대부분 실직자가 된다.
경제위기를 겪는 군산에서 다른 일이나 새 직장을 구하기가 쉽지 않고, 타 지역 이사도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GM은 군산공장 정규직 1천100여명에게 지난 7일 희망퇴직 확정을 통보했다. 다행히 이들은 실업급여 신청이 가능하고 회사로부터 퇴직금과 위로금, 학자금, 자동차 구매비 등을 받는다.
그러나 A씨 같은 비정규직 해고자들은 위로금이나 밀린 성과급 지급 등은 전혀 없이 단지 100만원이 조금 넘는 실업급여 신청 자격만 가질 뿐이다.
긴급 복지지원을 받을 조건에서 벗어나고, 정부와 지자체가 주는 금융이나 세제 혜택 등은 협력업체에만 해당하기 때문이다.


해고 근로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공장 재가동과 정규직 재고용이지만, 사실상 어렵다는 것을 안다.
이에 따라 이들은 일자리, 의료비·교육비·거주비 등의 긴급생계지원, 취업교육 등을 우선으로 요구한다.
1인당 평균 5천만원이 넘는 대출금의 상환기한 연장과 저리 대출도 바란다.
재취업을 위한 전문적인 기술교육과 도내 기업의 신규 구인 때 우선 면접권도 희망한다.
해고 근로자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정부, 지자체, 사회단체, 언론 등을 접촉하며 비정규직의 현실과 요구사항을 알리고 긴급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장현철 위원장은 지난 11∼13일 미국 디트로이트 GM 본사와 백악관을 찾아 '공장 정상가동과 해고 철회'를 촉구하기도 했다.
비대위는 다음 달 2일 군산공장 앞에서 공장 폐쇄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정규직으로 인정해달라'는 취지의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도 제기할 예정이다.
이정열 대변인은 "해고 통지 이후 4차례의 총회에 100여명이 참석해 삶과 공장 정상화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말고 힘든 시간을 꼭 버텨내자고 서로 격려했다"며 "바로 지금이 비정규직 해고자에 대한 관심과 실질적인 지원이 절실할 때"라고 힘줘 말했다.
해고 근로자 B(36)씨는 "한 공간에서 같은 일을 하면서 임금이나 복지 등에서 차별을 받았는데, 해고 후에도 차별을 받으니 마음이 더 아프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차별을 받지 않도록 맞춤형 대책이 빨리 마련됐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B씨는 "비정규직 근로자들도 군산공장의 똑같은 직원이고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이란 점을 꼭 인정받고 싶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k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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