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타임즈보다 먼저 공포체험 나선 청소년들 누구?

입력 2018-03-31 10:00   수정 2018-03-31 10:32

호러타임즈보다 먼저 공포체험 나선 청소년들 누구?
공포영화 '곤지암',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사실들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오랜만에 찾아온 국산 공포영화 '곤지암'이 극장가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 장동건·류승룡 주연의 '7년의 밤' 등 쟁쟁한 경쟁작들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선두로 나섰다.
공포영화의 주 관객층인 10∼20대가 움직이고 있다. CGV리서치센터 분석에 따르면 개봉일인 28일부터 이틀간 '곤지암' 관객의 12.3%가 10대, 59.5%가 20대였다. 관객의 71.8%가 10∼20대로, 전체 영화 평균 49.2%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배급사 쇼박스 관계자는 "평일에는 이른 오후까지 경쟁작들에 밀리다가 방과 후 시간부터 역전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며 "10대와 20대 초반 관객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퍼지고 있어 주말에 더 많은 10∼20대 관객이 찾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곤지암'은 문 닫은 정신병원에서의 공포체험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하는 과정을 스크린에 옮긴 영화다. 몰라도 공포를 체험하는 데는 지장이 없지만, 알고 보면 더 재밌는 몇 가지 사실들이 있다.



영화는 호러타임즈라는 이름의 공포체험단원 7명이 주인공이다. 실제 상황처럼 보이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모두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신인 배우들을 투입했다. 이들이 곤지암 정신병원에 들어가기에 앞서 중·고교생 둘이 병원 안 잠긴 방을 열려고 시도하는 장면이 나온다. 전문 배우 아닌 두 청소년은 정범식 감독의 아들과 조카다.
둘은 제작 초기 촬영장을 구경하러 오라는 정 감독의 말에 '속아' 영화에 출연하게 됐다. 정 감독은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투자사에 보여줄 영상을 찍어야 하는데 아역들이 도착하지 않아 간단하게 테스트 영상을 촬영하자고 했다"며 "아역 배우들이 감독 앞에서 긴장한 채 연기하는 것보다 아들과 조카가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영화에 '이스터 에그'(부활절 달걀·콘텐츠에 재미로 숨겨놓은 장치)를 심어뒀다. 공포체험 장소인 정신병원은 1961년 5월16일 개원해 1979년 10월26일 문을 닫은 것으로 나온다. 둘 다 한국현대사의 상징적 사건이 벌어진 날이다. 실제 모티프가 된 곤지암 정신병원의 개·폐원일과는 다르다.



정 감독은 전작 '기담'(2007)에서도 안생(安生)병원을 무대로, 일제강점기인 1940년대를 시대적 배경으로 삼았다. 정 감독은 "현대사의 격변기를 끼워 넣은 다음 허구적으로 마감질했다"며 "일종의 이스터 에그로 숨겨놓은 것이지, 이걸 알아야 재밌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기담'을 인상 깊게 본 관객이라면 '반가운' 얼굴을 만날 수 있다. '기담'에서 엄마 귀신을 연기한 배우 박지아가 영화 후반부에 나온다. 침대에 누워있는 딸을 내려보며 속닥거리는 엄마 귀신은 '기담'에서 가장 무서운 캐릭터로 꼽혔다. 정 감독은 "'곤지암'을 촬영한 때가 '기담'을 개봉한 지 딱 10년 되는 해였다. 직접 전화해 역할을 부탁했고, 엄마 귀신을 뛰어넘는 캐릭터를 탄생시켜보자며 의욕적으로 촬영했다"고 전했다.



호러영화 마니아라면 '곤지암'을 보고 자연스레 떠올리는 작품이 있다. 2011년작 '그레이브 인카운터'다. 오래 전 폐쇄된 콜링우드 정신병원에서 한밤 중 경험한 공포를 기록한 페이크 다큐멘터리다. 전체적인 설정이 꽤 비슷하다. '곤지암'의 공포체험이 인터넷으로 생중계되는 반면, '그레이브 인카운터'는 TV 리얼리티쇼 촬영용 영상이라는 점이 다르다. '그레이브 인카운터'에서는 녹화테이프가 몇 년 뒤에야 발견된다. 두 작품을 비교해가며 보는 것도 또다른 재미다.
dad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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