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윌슨의 숙제 '도루 저지'…2013년 밴덴헐크처럼 손볼까

입력 2018-03-31 08:23  

LG 윌슨의 숙제 '도루 저지'…2013년 밴덴헐크처럼 손볼까
윌슨, 느린 슬라이드 스텝으로 30일 KIA전 도루 3개 허용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LG 트윈스 새 외국인 투수 타일러 윌슨(29)이 KIA 타이거즈의 '뛰는 야구'에 당했다.
윌슨은 30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LG 홈 개막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8피안타 3실점하고 패전 투수가 됐다. 삼진 9개를 잡을 정도로 구위는 좋았지만, 슬라이드 스텝(퀵 모션)에 문제점을 드러내며 6이닝 동안 도루를 3개나 허용했다.
4-3으로 승리한 김기태 KIA 감독은 "적극적인 주루가 좋았다"고 총평했다.
경기 초반 윌슨의 투구 습관을 파악하는 데 주력했던 KIA는 5회부터 적극적으로 뛰었다.
2-0으로 앞선 5회 초 무사 1루에서 KIA 이명기는 희생번트를 시도했으나, 2루로 뛰던 김선빈이 횡사했다. 작전실패의 상처는 곧바로 씻어냈다.
이명기는 2루를 훔치며 단박에 득점권에 위치했다.
후속타자 로저 버나디나가 중전 안타로 이명기를 홈에 불러들였다.
버나디나 역시 윌슨의 느린 슬라이드 스텝에 주목했고, 초구에 2루를 훔쳤다.
윌슨은 빠른 주자가 1루에 있는 데도 견제에 소홀했다.
KIA는 6회 안치홍까지 도루에 성공했다. 안치홍은 지난해 도루 성공이 7개에 그친, 자주 뛰지 않는 주자다.
그러나 윌슨의 약점이 노출되자, 적극적인 주루를 했다.
KBO리그를 처음 겪는 외국인 투수 대부분이 '쉴 새 없이 뛰는 빠른 주자'에 놀란다.
류중일 LG 감독은 삼성 라이온즈를 이끌 때도 "투구 자세가 너무 커서 도루를 허용하는 자주 허용하는 투수는 그만큼 손해를 많이 본다"고 강조하며 외국인 투수의 슬라이드 스텝에 신경 썼다.



릭 밴덴헐크(현 소프트뱅크 호크스)도 삼성에 입단한 2013년 큰 투구 동작 때문에 한국 야구 적응에 애를 먹었다.
2013년 밴덴헐크는 주자가 없을 때 피안타율이 0.219였지만, 주자가 있으면 0.268로 치솟았다.
더 큰 문제는 도루 허용이었다. 밴덴헐크는 4월 3경기에서 3개, 5월 5경기에서 8개, 6월 3경기에서 8개의 도루를 허용했다.
1루 주자를 등지고 던지는 오른손 투수가 투구 자세까지 크다 보니, 상대 주자는 거침없이 다음 베이스를 노렸다.
류 감독은 시즌 중에 밴덴헐크를 2군으로 보내 슬라이드 스텝을 손봤다.
7월 3경기 5개, 8월 5경기 2개, 9월 4경기 3개로 밴덴헐크의 도루 허용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삼성은 밴덴헐크와 재계약을 했다. "구위가 좋고, 점점 한국 야구에 적응하고 있다"는 평가에서다.
2013년 29개의 도루 허용으로 이 부문 전체 4위를 기록한 밴덴헐크는 2014년 도루 허용을 15개로 줄이며 이 부문 순위를 11위로 내렸다.
성적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2013년 7승 9패 평균자책점 3.95로 평범한 성적을 올린 밴덴헐크는 2014년 13승 4패 평균자책점 3.18로 KBO리그 최고의 선발 투수 중 한 명으로 평가받았다. 2014년 주자가 있는 상황, 피안타율은 0.225로 떨어졌다.
KBO리그에서 두 경기를 치른 윌슨에게도 숙제가 생겼다.
KIA가 발견한 윌슨의 슬라이드 스텝 문제를 다른 구단도 파고들 가능성은 매우 크다.
밴덴헐크의 약점을 고쳐 KBO리그 최고 투수로 만든 류 감독이 윌슨에겐 어떤 해법을 들고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jiks7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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