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멜로 '바람의 색' 4월 5일 개봉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다음 달 5일 개봉하는 영화 '바람의 색'은 독특한 색깔의 멜로영화다.
각자 연인을 떠나보낸 료(후루카와 유우키)와 아야(후지이 다케미)가 홋카이도에서 옛 연인과 똑 닮은 서로를 만나 다시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서스펜스나 스릴러에서 나올 법한 도플갱어(분신·복제)와 마술사가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지난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곽재용 감독은 "요즘은 멜로영화 소재가 고갈되고, 멜로드라마 자체도 많이 없어졌다"면서 "멜로영화의 지평을 넓히고 싶어 다른 장르에서 주로 사용되는 도플갱어, 실종, 정신병, 마술 등의 소재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곽 감독은 '비 오는 날 수채화'(1989), '엽기적인 그녀'(2001), '클래식'(2003) 등을 통해 서정미 넘치는 사랑 이야기를 그려온 '멜로 거장'이다.
이번 신작은 일본 홋카이도에서 일본 배우들과 함께 찍었다. 10여 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43일 만에 촬영을 마쳤다. 국내에서는 2015년 곽 감독의 원안을 토대로 임광묵 작가가 그린 동명의 웹툰으로 소개됐다.
곽 감독은 이 작품을 "일본영화도 한국영화도 아닌 '곽재용 월드'"라고 소개했다. 이야기는 물론 영상, 음악, 다른 작품에 대한 오마주까지 곽 감독이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 넣었기 때문이다. 특히 홋카이도 앞바다에 깔린 유빙(流氷) 등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담아냈고, 바닷속 수중 탈출 마술 장면 등도 공들여 구현했다.
나란히 달리는 기차와 자동차에 각각 탄 남녀 주인공이 창문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마술로 사랑을 전하는 모습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곽 감독은 "기차와 자동차가 나란히 달리는 장면은 하루에 두 번씩 8일에 걸쳐 드론 등을 이용해 찍었다"면서 "탈출 마술은 홋카이도 최북단에 세트를 세우고, 도쿄에서 단역 배우들을 동원해 촬영했다"고 전했다.
이 영화의 출발은 홋카이도였다. 2002년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 참석차 홋카이도를 방문한 곽 감독은 그곳의 신비로운 분위기에 반해 판타지 로맨스를 떠올렸다고 한다.
"그때 얼어있는 바다를 보면서 한 남자가 바닷속에서 탈출 마술을 펼치다 사라지는 상상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 마술사가 나오고, 도플갱어가 떠올랐죠."
극 중에는 "바람이 돌고 돌아 하나로 이어지는 것처럼 우린, 다시 만나게 될 거야"라는 대사가 나온다. 두 남녀의 운명적인 만남과 사랑을 예고하는 말이다.
"영화 전체적으로 보면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사라집니다. 사람이 사라진 자리는 진공으로 남고, 그 진공은 바람으로 채워지죠. 바람은 보이지 않지만, 피부로, 마음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사랑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바람처럼 손에 잡히거나 보이지는 않지만, 사실은 존재하는 것이죠. 제목 '바람의 색'은 결국 마음의 색인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지난 1월 일본에서 먼저 개봉됐고, 이달 15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아시안 팝업 시네마 시즌6 개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곽 감독은 "한국 관객도 '곽재용 월드'에서 재미있는 숨은 그림을 찾았으면 좋겠다"면서 "사랑의 지고지순함, 사랑의 희생 등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곽 감독은 기회가 된다면 판타지나 시대극, 전쟁 액션신, 코미디 등 다른 장르에 도전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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