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국제음악제 개막공연서 연주…군홧발 소리·총격·흐느낌 등 묘사
(통영=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군인들의 군홧발 소리, 무자비한 총격음, 사람들의 흐느낌, 그러나 다시 시작되는 함성….
지난 30일 경남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는 1980년 5월 광주의 참상을 청각적으로 그려낸 윤이상의 교향시 '광주여 영원히'(1981)가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 이날 개막한 통영국제음악제의 시작을 알리는 곡이기도 했다.
윤이상은 독일에서 라디오 뉴스 채널을 통해 광주 소식을 처음 접하고 통곡을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독일 서부독일방송(WDR) 방송 위촉으로 1981년 초 이 곡을 완성했다.
그는 악보 총보 첫머리에 "역사적인 사건을 넘어 하나의 표본으로서 이 작품이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기념비이자 온 세상의 자유를 위한 투쟁에 대한 촉구가 되길 바란다"고 적었다. 원제목도 'EXEMPLUM'(표본)이다.
이날 연주는 지휘자 스티브 슬론이 이끄는 서독일의 명문악단 보훔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맡았다.
윤이상의 의도대로 단(單)악장이지만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이날 1천300석의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을 꽉 채운 관객들에게 '음악적 기록'으로 다가왔다.
민중을 의미하는 듯한 현악기의 분노와 이를 억누르는 금관 파트의 대립이 치열하게 되다가 결국 아비규환에 빠지는 첫 번째 부분, 느린 템포로 침통하고 슬픈 분위기를 전달한 두 번째 부분, 끊임없이 상승하는 선율로 시민들의 꺾을 수 없는 열망을 담아낸 세 번째 부분이 20여 분 동안 이어졌다.
국악기를 서양 오케스트라에 활용하는 윤이상만의 작곡 기법도 나타났다. 군인들의 발포 장면은 국악 타악기인 '박'(拍)으로 표현됐다.
공연을 감상한 첼리스트 고봉인은 "광주 민주항쟁 당시의 분노와 충격을 담은 곡"이라며 "특정 지역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류 보편의 감정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광주여 영원히' 뒤에는 스트라빈스키 '불새 모음곡'과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연주됐다.
이날 협연자로 등장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는 특유의 강렬하고 정열적인 연주로 객석 기립을 이끌어냈다.
관객들의 환호에 몇 번이나 무대로 다시 불려 나온 정경화의 앙코르는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2번이었다.
그는 앙코르를 연주하기에 앞서 "독일에서 윤이상 선생님을 많이 만났다. 늘 조국을 생각하고 김치를 담가 드셨던 분"이라며 "이 곡을 윤 선생님께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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