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백 장관·표창원 의원 등 정관계 인사·시민 발길 이어져
(수원=연합뉴스) 권준우 기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안점순 할머니의 빈소가 마련된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에는 31일 하늘로 떠난 할머니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려는 각계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이틀째 이어졌다.
유족들과 수원평화나비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비통함 속에서도 차분하게 한 명 한 명 조문객들을 맞았다.
영정 속 인자한 표정의 할머니를 마주한 조문객들은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흐르는 눈물을 참아 내기도 했다.
영정 양옆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의 조화가 각각 놓였다.
빈소를 찾은 한 시민은 "억만금을 주더라도 되찾지 못할 청춘을 빼앗긴 할머니의 고통을 생각하면 지금 우리가 너무 편안히 살아가고 있어 죄송스런 마음마저 든다"라며 "누구보다 밝은 모습으로 세상과 싸우던 할머니가 벌써 가셨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수원고등학교 2학년 김모(17) 군은 "내가 사는 수원에 위안부 피해 할머니 한 분이 살아 계시다는 것을 예전부터 알았지만 돌아가시고 나서야 찾아뵙게 됐다"라며 "할머니들이 한 분 한 분 떠나고 있는데 일본의 뻔뻔한 태도는 여전히 변함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지하 1층에 마련된 빈소 벽 한쪽은 할머니의 생전 활동을 담은 사진들로 빼곡히 메워졌다.
소녀상을 쓰다듬으며 연설하는 모습부터 프로야구 시구를 준비하고 아이들의 손을 맞잡은 사진까지 생전 할머니의 모습이 담겼다.
각 사진 옆에는 할머니와의 추억을 기억하려는 조문객들의 추모 포스트잇이 붙었다.
한 메모지에는 '할머니 목소리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쁜 미소 지켜드릴게요'라고 할머니를 추억했다.
또 다른 메모지에는 '할머니! 용기 내시고 싸우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편히 쉬시고 (이제) 저희가 해결하겠습니다'라며 할머니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계속 싸워나갈 것을 다짐하는 글이 적히기도 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염태영 수원시장, 양기대·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예비후보 등 정치인과 기관장들의 조문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백혜련·김영진 의원도 차례로 빈소를 방문, 유족들의 손을 맞잡으며 위로를 건넸다.
같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안 할머니와 동갑내기인 이용수·길원옥 할머니도 빈소를 찾아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이 밖에도 '희망나비', '이화나비' 등 시민단체 회원, 학생, 일반 시민 등 각계 인사의 조문이 종일 이어졌다.
할머니의 장례는 삼일장으로 치러진다. 4월 1일 오전 8시 발인을 마친 뒤 수원 승화원 추모의 집에서 영면에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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