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비닐 대란' 조사 착수…"안되면 구청이 직접 수거" 요청

입력 2018-04-02 10:35   수정 2018-04-02 13:52

서울시 '비닐 대란' 조사 착수…"안되면 구청이 직접 수거" 요청

"아파트-업체 계약에 관청 개입 현실적으로 어려워…단가 낮춰 상생 필요"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중국이 폐자원 수입을 중단하면서 전국적으로 '분리수거 대란'이 빚어진 가운데, 서울시가 이번에 문제가 된 폐비닐·스티로폼 수거 여부를 조사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서울시는 지난달 말부터 시내 25개 모든 자치구를 대상으로 폐비닐 수거 현황과 거부 사례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2일 밝혔다.
시가 이 같은 조사에 나선 것은 관련법과 규정에 따라 종전과 동일하게 깨끗한 폐비닐은 분리 배출해야 하는데도 일선 아파트 단지에서 아예 비닐류를 모두 받지 않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는 이에 따라 25개 자치구에 공문을 내려보내 아파트 폐비닐 분리배출 거부 여부를 조사해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 폐비닐·폐스티로폼 분리배출 시 종량제 봉투 사용 금지 ▲ 재활용 가능 자원을 생활 폐기물과 혼합 배출 금지 ▲ 분리배출 안내문 게시 ▲ 아파트 폐비닐·폐스티로폼 거부 시 구청장이 직접 수거 적극 검토 등을 각 자치구에 요청했다.
시는 특히 각 자치구에 폐비닐과 폐스티로폼 분리수거를 거부하는 업체에 제대로 수거를 하라고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는 등 행정조치를 하라는 요청도 덧붙였다.
시 관계자는 "각 자치구에서 분리수거 현황을 조사해야 이를 시 단위로 취합하는데, 현재 각 자치구 자료 제출이 늦어지고 있다"며 "올라오는 대로 취합해 정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는 또 일선 아파트 단지에서 폐비닐과 폐스티로폼을 분리배출과 관련한 혼선이 빚어지는 만큼, 기준을 명확하게 적은 안내문 5만4천여 부를 제작해 각 자치구를 통해 배포했다.
'비닐류 및 스티로폼 올바른 분리배출 안내'라는 이 안내문은 깨끗한 비닐은 종전처럼 투명 봉투에 담아 분리 배출해야 하지만, 음식물 등 이물질이 묻은 비닐은 종량제 봉투에 담아내야 한다고 적혀 있다.
또 상자류, 용기류, 음식물 포장재 등 각 유형에 맞춤 스티로폼 배출 방법도 자세히 안내했다.
커다란 스티로폼 상자는 테이프나 상표를 떼고 깨끗이 씻어 분리 배출하면 되고, 컵라면 용기 등은 내용물을 비우고 깨끗이 씻어 내놓으면 된다. 어묵이나 육류를 담는 스티로폼 사각 용기도 마찬가지로 씻어 배출하면 된다.
그러나 포장재가 오염됐거나 붉은 선이 그려져 있는 등 색깔이 있는 용기는 분리수거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종량제 봉투에 담아 배출해야 한다.
시는 재활용이 가능한데도 종량제 봉투에 담아 배출하면 관련법에 의해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는 점도 함께 적었다.
<YNAPHOTO path='AKR20180402057800004_02_i.jpg' id='AKR20180402057800004_1001' title='서울시가 각 자치구에 배포한 안내문 [서울시 제공=연합뉴스]' caption=''/>
문제는 원칙이 이런데도 일선 아파트 단지에서 계약 업체가 '깨끗한' 폐비닐이나 폐스티로폼마저 수거를 거부하는 경우다.
시 관계자는 "이 같은 경우 각 자치구에서 재활용이 가능한 폐비닐이나 폐스티로폼을 직접 수거하게 될 것"이라며 "일반 쓰레기를 각 자치구 쓰레기차가 다니며 수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분리수거한 재활용품은 각 아파트 단지가 돈을 받고 업체에 내다 팔다 보니 지금까지 수거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쓰레기 대란'이 중국의 폐자원 수입 중단으로 재활용품 가격이 폭락하면서 빚어진 만큼, 일선 아파트 단지가 폐자원 처리 업체로 받는 단가를 줄여 상생을 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파트 단지마다 다르겠지만, 업체가 통상 아파트 단지에 내는 비용은 1가구당 1개월에 1천원 수준이다. 1천 가구 규모의 대단지라면 업체가 아파트 단지에 한 달에 100만원을 줘야 한다는 얘기다.
시 관계자는 "아파트 단지와 폐자원 업체와의 분리수거 문제는 당사자 간의 계약 문제로 행정관청이 개입할 여지가 적은 것이 사실이다. 제대로 수거를 하지 않는다고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영업정지를 내리는 등 법에 따라 처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폐자원 업계에서는 이 같은 단가로는 요즘 시세에 수지가 맞지 않아 단가를 낮춰달라고 호소한다"고 말했다.
ts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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