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2022년까지 추진할 '미술진흥 중장기계획' 발표
미술 일자리 1천개 창출, 미술시장 규모 6천억원으로 확대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수입은 적고 근로환경은 열악한 미술 작가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권리를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가 도입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간담회를 열어 작가와 화랑·미술관 간 표준계약서 작성, 미술품이 재판매될 때 작가가 수익의 일정한 비율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인 미술품 재판매권 신설을 법제화한다는 내용을 담은 '미술진흥 중장기계획'을 공개했다.
2022년까지 적용될 이 계획은 자생력을 높이는 창작환경, 일상에서 누리는 미술문화, 지속가능한 미술시장, 미래를 위한 미술 기반 등 4개 전략과 16개 핵심 과제로 구성됐다.
구체적인 목표는 미술 관련 직종의 세분화와 일자리 1천 개 창출, 전시 관람률 12.8%(2016년 기준)에서 25%로 증가, 미술시장 규모 3천964억원(2016년 기준)에서 2022년 6천억원으로 확대로 정해졌다.
미술진흥 중장기계획에서 관심을 끄는 분야는 창작환경 개선으로, 표준계약서와 미술품 재판매권은 작가들이 꾸준히 도입을 주장해 왔던 제도다.
작가·화랑·경매사·구매자 사이에 체결될 표준계약서 6종에는 미술 창작 대가 기준, 예술인 고용보험 가입 등이 명기된다. 연내에 시안을 제작하고, 내년부터 정부 지원 사업에 의무적으로 사용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세계 80여 개국이 채택한 미술품 재판매권은 일명 '추급권'으로도 불린다. 정부는 3천 유로(약 390만원) 이상 미술품에 한해 판매가의 0.25∼4%를 작가에게 지급하는 유럽연합(EU) 지침을 바탕으로 내년에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3년간의 유예 기간을 거친 뒤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작가의 창작활동에 대한 인건비인 아티스트피(Artist Fee·작가 보수)도 확대된다. 대상은 작가뿐만 아니라 큐레이터와 평론가까지로, 항목은 인건비 외에도 직접 경비·일반 관리비·창작료까지로 넓혀진다. 국공립 미술관 전시뿐만 아니라 정부 보조금 지원 사업과 건축물 미술작품 제작 시에도 아티스트피 적용이 추진된다.
또 학술용역 단가 기준, 공공디자인 용역 대가 기준이 제작된다. 중소 화랑 중심의 전속 작가제 확대, 국내외 출판과 연구·개발 강화도 과제에 포함됐다.
전시 관람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마련됐다. 수도권과 대도시에 집중된 미술 전시를 지방에서도 관람할 수 있도록 지역 순회전시를 지원하고, 전시 콘텐츠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계하는 플랫폼을 구축한다.
연간 급여 7천만원 이하 근로자가 도서를 구매하거나 공연을 관람할 때 제공되는 소득공제 혜택에 전시 관람비를 추가하고, 500만원 이하의 중저가 미술품을 신용카드로 구매할 때 무이자 할부를 제공하며 대안적 성격의 미술시장인 작가미술장터를 확대한다.
도시문화 환경 개선을 위해 1만㎡ 이상 건축물은 0.1∼1%를 미술작품 설치에 사용하도록 한 건축물 미술작품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현장 실태 점검을 하고, 도시 재생 지역에 작가 중심의 창작 공간을 조성한다.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을 육성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미술은행 작품의 해외 대여 확대, 작가에게 미술품 담보 대출 근거 마련, 지역미술은행 설립 활성화, 미술품 보험료 인하 유도, 중소화랑 육성, 미술품 감정업 제도화 등이 포함됐다.
미술진흥 중장기계획에는 미술 관련 법안을 체계화하는 방안도 들어 있다. 올 하반기에 '미술진흥법'과 '미술품의 유통 및 감정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공모 사업에 필요한 서식을 간소화하고 공모 기간을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문체부는 지난해 12월 이후 여러 분야의 미술 전문가로 구성된 모임을 12차례 열고, 자문회의와 공개 토론회, 공청회 등을 거쳐 이번 계획을 수립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그동안 미술계에서 논의된 다양한 쟁점을 담아 새 정부 미술정책의 기본 방향과 구상을 제시했다"며 "주요 사안별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하고 실천에 옮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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