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가 됐다"…1년만에 'IS와 교전' 고향찾은 마라위 주민 절규

입력 2018-04-02 11:16  

"거지가 됐다"…1년만에 'IS와 교전' 고향찾은 마라위 주민 절규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삼시다 망콜(44)은 지난 1일 곳곳이 파괴된 자신의 가게의 벽면에 스프레이로 쓰인 '나는 ISIS(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를 사랑한다'는 문구를 보고 화가 치밀어 울부짖었다.
신부 드레스를 빌려주는 일을 하며 세 아이를 키우던 그녀는 "친척들에게 먹고 마실 것을 부탁하는 거지 신세가 됐다"고 한탄했다.
이곳은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섬에 있는 마라위 시. 인구 약 20만 명의 이 소도시는 2017년 5월 23일 수백 명에 이르는 IS 추종 반군의 공격을 받으면서 전쟁터로 변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곧바로 계엄령을 선포하며 반군 소탕에 나섰고 이 'IS와의 전쟁'은 약 5개월간 지속하며 1천200명 가까운 사망자를 냈다. 필리핀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긴 교전이자 가장 큰 인명피해다.
대부분의 주민이 다른 지역에 있는 친척 집이나 대피소에서 피란 생활을 하는 가운데 주민들이 교전 발생 1년여 만에 처음으로 군 당국의 허가를 고향 땅을 밟았다.
폭격과 총격으로 대부분 무너지거나 뼈대만 을씨년스럽게 남은 주택과 건물들이 망콜을 비롯한 주민 약 7천 명을 맞았다.
도로에서는 총탄 자국들이 선명하고 차체가 찢긴 자동차들이 눈에 띄었다. 마을 모스크(이슬람 사원)의 첨탑 곳곳에는 총탄 구멍이 나 있었다. 주민들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7명의 자녀를 둔 마이모나 암볼라(44)는 "폭탄이 모든 것을 파괴했다"며 "우리 침대는 재로 변했다"고 AFP 통신에 말했다.
주민들은 전쟁의 잿더미 속에 TV나 냉장고, 침대 등 쓸 수 있는 살림살이가 남아있는지 이리저리 뒤지는 등 한 개라도 건지려고 애썼다.
현재 필리핀 정부는 반군이 설치해 놓은 폭발물과 계엄군의 공습 과정에서 발생한 불발탄을 제거하며 마라위 시 재건을 추진하고 있다.
마라위 시 군부대의 로메오 브로너 대령은 교전이 벌어진 지역에 무게 226㎏의 폭탄을 비롯해 53개의 불발탄이 남아있다며 안전을 위협하는 폭탄들을 오는 6월까지 제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라위 시 재건에 수조 원의 막대한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 중국, 일본 등이 재건 지원에 나서고 있다. 한국 정부는 작년 7월 필리핀적십자사를 통해 10만 달러(약 1억 원)를 전달했다.
kms123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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