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마다 수거 거부 품목도 제각각…주민 혼란 가중
(수원·의정부=연합뉴스) 노승혁 강영훈 기자 = "이러다간 아파트 안이 쓰레기장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2일 오전 폐기물 배출일을 맞은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 한 아파트의 각 동 분리수거장에는 집집이 내놓은 페트병이 산을 이뤘다.
1천200여 세대 규모의 이 아파트는 지난달 말 재활용품 수거업체로부터 '4월부터 페트병 등 플라스틱 폐기물을 수거하지 않겠다'는 공문을 받았으나, 이날은 예정대로 플라스틱 폐기물을 배출하도록 했다.
공문을 받은 지 며칠 안 돼 수거업체 측과는 물론 아파트 내부적으로도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배출을 막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이날 오전까지도 수거업체에 전화를 걸어 플라스틱 폐기물 수거를 요청했지만 결국 거절당했다고 전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일단 자루에 담긴 페트병을 한쪽에 쌓아놓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며 "다른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얘기를 나눠보고, 화성시에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입주자 대표는 "사정이 생겼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폐기물 수거를 거부하면 주민들은 어쩌라는 말이냐"라며 "수거업체는 아파트와 계약을 맺은 만큼, 일단 수거를 해야 한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이러다가 아파트가 쓰레기장이 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도 표명했다.
파주시의 아파트 분리수거장에 마련된 포대에도 전날 각 가정에서 배출한 샴푸 용기와 생수통 등 플라스틱이 가득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재활용품 수거업체가 언제 정상 수거를 할지 모르는 상황이라 속만 끓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폐자원 수입 중단으로 야기된 재활용품 수거 거부의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더욱이 재활용품 수거가 평소처럼 이뤄지는 아파트단지가 있는 반면 수거 거부 대상이 비닐, 스티로폼, 플라스틱으로 제각각 다른 곳이 많아 혼란을 더하고 있다.
특히 경기지역 아파트단지에서는 플라스틱 폐기물 수거 거부가 처음 적용된 이날 별다른 안내를 받지 못한 주민들이 평소처럼 페트병을 내놓는 바람에 관리사무소 측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 상황에 빠지기도 했다.
일부 아파트에서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내놓지 말아 달라고 안내 방송을 하면서도 주민들과의 마찰을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각 지자체는 이 같은 사정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화성시 관계자는 "플라스틱 폐기물 등 재활용품 수거에 대한 책임은 지자체장에게 있는 만큼, 시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시내 아파트 400여개 단지의 수거 거부 대상을 파악 중"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폐기물 수거 거부 문제로 혼란을 빚는 지자체 관계자들이 환경부로 몰려가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ky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