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적국'에 반격 주장…북미정상회담·中무역전쟁 앞둔 시점에 파장 예상
미 정부는 그동안 기업·인프라 보복피해 우려로 보복 자제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오는 9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으로 취임하는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중국, 러시아, 북한 등에 대한 '사이버 보복'을 주장해온 인물이다.
그동안은 각종 신문 기고와 방송 출연 등을 통해 반복해서 목소리를 높여왔지만, 앞으로는 그럴 필요가 없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곁에서 매일 정보 브리핑을 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그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북미정상회담,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앞둔 데다 러시아가 중간선거를 앞두고 디지털 공격을 감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때 볼턴 NSC 보좌관의 사이버 강경론은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1일(현지시간)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를 재협상하지 않으면 파기하겠다며 제시한 '데드라인(5월 12일)도 다가오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이 바로 볼턴 내정자가 '디지털 적국'이라고 부르며 사이버 보복의 대상으로 꼽은 나라들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들에 반격할 수 있는 강력한 사이버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게 볼턴의 주장이었다.
특히 북한이 배후로 지목된 2014년 '소니 픽처스' 해킹 사건 이후 그는 사이버 반격을 더욱 강조해왔다.
당시 그는 해킹을 '사이버 반달리즘(사이버 무기를 이용해 문화·예술 및 공공시설을 파괴하는 행위)'으로 규정한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이의를 제기하며 "북한의 공격은 단순한 반달리즘이 아니라 전쟁 행위에 가까운 것으로, 최소 '국가 테러행위'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2015년 중국이 미 연방 직원의 인적 정보를 담은 연방인사국(OPM) 자료를 해킹했을 때, 볼턴 내정자는 오바마 전 대통령을 향해 '사이버 침묵'을 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그는 로스앤젤레스타임스 기고문에서 "지금부터, 미국의 사이버 대응은 압도적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미 의회 전문매체 더힐에 기고한 글에서는 "우리 이익을 위협하는 세력이든 미래 러시아의 공격이든, 이를 막기 위해서 핵처럼 사이버 세계에서도 억지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달 보수정치행동위원회(CPAC) 연설에서는 "대선 과정에서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에 대해 복수해야 한다"며 "그 복수는 애초 공격과 비례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아울러 지난해 폭스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볼턴 내정자는 위키리크스가 미 중앙정보국(CIA) 해킹 실태를 폭로한 것과 관련, "미국의 사이버 전쟁은 위키리크스를 사격연습용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위키리크스 해체를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이버 세계에서 이러한 공격적인 행위는 긴장을 급속도로 고조시킬 수 있고, 전력망·수도·병원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체계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볼턴 내정자의 주장에 동의하는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들도 있지만, 미 정부는 그동안 사이버 맞대응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전력망과 같은 인프라를 비롯해 기업체에 대한 반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고, 온라인 전쟁에 대한 국제규범이 명확지 않은 데다 그 효과조차 논란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정부 시절 국방부 장관의 사이버정책 고문이었던 마이클 슐마이어는 "당신이 휘발유에 덮여 있다면, 성냥을 던질 때 조심해야 한다"며 "볼턴의 수사는 우리의 균형감각을 위험하게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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