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책임론 강조…대선후보 시절부터 '이념 의미도 모르는 양민 희생' 언급
'국민 눈높이 맞는 과거사 해결' 원칙 따른 지원 약속…희생자 상징 동백꽃 배지 착용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일 4·3 사건 70주년 추념사를 통해 전달할 메시지의 핵심은 앞으로 써나갈 우리 역사에서 더이상 이념의 문제로 희생당하는 국민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이와 함께 제주 4·3과 같은 과거사 문제의 해결을 위해 국가의 잘못으로 인한 피해자 및 유족의 배·보상에 대한 국가의 책임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3·1절 기념사 못지않게 공들여 준비한 것이 올해로 70주년을 맞는 제주 4·3 추념사였다"며 "'사상이나 이념에 따른 희생이 더는 없게 하겠다'는 메시지가 들어갈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러한 구상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문 대통령이 일관되게 강조해 온 부분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4월 18일 4·3 희생자 유족을 만난 자리에서 "69년 전 4월 제주에서 이념의 의미도 모르는 많은 양민이 희생당했다"며 "4·3 문제의 완전한 종결은 (희생자의) 명예회복 조치인 배·보상까지 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낡은 이념의 유산으로 남아 있던 4·3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물론, '평화'와 '공존'과 같은 미래지향적 가치로 한 발짝 나아가는 데 국가가 나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4·3 70주년을 맞아 아픈 기억을 새기면서 이념은 물론 지역과 세대, 정파를 넘어선 분열과 갈등의 구도를 극복하는 계기로 삼자는 것이다.
제주 4·3 문제의 완전한 해결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지난 7월에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도 포함돼 있다.
국정기획자문위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과거사 문제 해결'이라는 원칙에 따라 4·3 당시 암매장된 유해의 발굴, 희생자 추가 신고, 제주 4·3 70주년 기념사업 추진 등을 주요 내용으로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설에는 제주 4·3 70주년 범국민위원회 고문으로 4·3의 비극을 소재로 한 작품 '순이삼촌'을 발표한 작가 현기영 씨와도 통화하는 등 4·3에 각별한 관심을 나타내 왔다.
문 대통령은 당시 통화에서 "제주 4·3 70주년 추념식에는 4·3의 전국화, 세계화 운동에 동참하는 의미에서 꼭 참석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3일에는 제주 4·3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뜻에서 4·3 당시 무고하게 숨진 피해자들을 상징하는 동백꽃 배지를 달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제주 4·3의 진상규명과 희생자·유가족의 명예회복에 공을 들이는 것은 두 번의 민주정부를 거치며 활발하게 진행돼 오던 노력의 맥이 보수정권 9년간 끊겼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도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희생자 유족을 만나 "4·3에 대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조사위 구성과 백서 발간 등으로 상당히 이뤄졌다"면서도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4·3을 모욕하는 일이 공공연하게 있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제주 4·3과 관련해 김대중 정부는 그 문제점을 공론화하고 관련 특별법을 제정해 진상규명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를 이어받아 2003년에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를 통해 진상규명 활동을 하고 평화공원 조성사업에 착수하는 등 4·3 문제의 적극적인 해결에 나섰다.
노 전 대통령은 2006년에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제주 4·3 희생자 위령제에 참석해 "과거 국가권력의 잘못에 대해 유족과 도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한 바 있다.
kj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