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정부 대통령·총리 등 기소 추진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루마니아에서 공산정권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제거 후 벌어진 유혈사태 29년만에 검찰이 과도정부 수뇌부 단죄를 추진한다.
루마니아 검찰은 2일(현지시간) 이온 일리에스쿠 전 대통령(88)과 페트레 로만 전 총리를 반인륜 범죄 혐의로 기소하도록 승인해 달라고 클라우스 요하네스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기소 대상에는 젤루 보이칸 보이쿨레스쿠 전 부총리도 포함됐다.
루마니아 검찰은 1989년 차우셰스쿠 정권을 무너뜨린 혁명 과정에서 벌어진 유혈사태의 책임을 물어 이들 3명을 법의 심판대에 올리려 하고 있다.
차우셰스쿠 정권 출신의 일리에스쿠 전 대통령을 비롯한 3인은 혁명 당시 구국전선을 세웠다.
차우셰스쿠가 쫓겨난 후 과도정부를 이끈 일리에스쿠는 달아난 차우셰스쿠와 아내 엘레나를 붙잡아 사흘만에 그해 성탄절에 총살했다.
이후 2004년까지 일리에스쿠는 세 차례나 대통령으로 재임했다.
루마니아 혁명 중 벌어진 유혈사태로 1천104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가운데 85%에 해당하는 942명은 차우셰스쿠 정권 몰락 후 죽임을 당했다.
사법 당국의 진상조사는 2015년 증거 부족으로 중단됐다가 2016년 최고법원 결정으로 재개됐다.
검찰은 일리에스쿠 세력이 권력을 유지하고자 유혈사태를 계획적으로 유도했으며 수많은 민간인을 구금했다고 판단했다.
일리에스쿠 등 3인은 유혈사태 당시 행정 집행권자이므로 검찰이 이들의 행위를 기소하려면 요하네스 대통령의 재가가 필요하다.
검찰의 수사 결과에 대해 로만 전 총리는 "터무니없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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