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올림픽 발목 잡는 성차별 중계방송"

입력 2018-04-03 08:57  

"성평등 올림픽 발목 잡는 성차별 중계방송"
양평원, 평창 동계올림픽 중계방송 모니터링 결과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동계올림픽 사상 가장 성평등하다고 평가된 평창올림픽에서도 중계방송 행태는 여전히 성차별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양평원)은 지난 2월 9일부터 25일까지 지상파 방송 3사를 대상으로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 325개의 중계방송을 모니터링 한 결과, 총 30건의 문제성 발언을 발견했다고 3일 밝혔다.
방송사별로는 KBS가 20건(66.6%)으로 가장 많았고, MBC와 SBS가 각각 5건(16.7%)이었다.
문제성 발언은 성별 고정관념을 드러내는 표현을 하거나 여성성 혹은 남성성을 강조하는 발언, 선수의 외모를 평가하는 발언 등이었다.
컬링 여자예선 중계에서 KBS의 남성 해설위원은 "여자 선수가 한 방짜리 나오기가 솔직히 몇 번 안 되거든요"라며 여성 선수에 대한 고정관념을 드러내는 발언을 했고, MBC의 남성 캐스터는 "컬링은 화장도 하고 나오잖아요. 지저분한 모습보다는 깔끔한 모습이 낫지 않을까요?"라며 화장한 여성이 깔끔한 여성이라는 식의 외모에 대한 고정관념을 조장했다고 양평원은 지적했다.
KBS의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 중계방송에서는 여성 해설위원이 "우리나라 선수들 너무 예뻐요. 여자 선수들"이라고 말하자 남성 해설위원이 "(여자 선수들이 예쁘다고 말한) 해설위원님도 지금 많이 예뻐졌어요"라며 불필요하게 외모에 대해 언급하는 내용을 자막과 함께 지속해서 보여줬다.
경기와 무관한 선수들의 사생활이나 나이를 언급하거나 선정적인 발언을 해 지적받은 사례도 있었다.
피겨스케이팅 페어 쇼트를 중계한 KBS2의 여성 해설위원은 프랑스 선수를 두고 "여자 선수가 나이가 굉장히 많은데요, 몸 관리와 기술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에 박수를 보냅니다"라며 선수의 기량과 관계없는 나이를 언급했고 쇼트트랙 여자 3천m 계주 A파이널 경기에서 KBS의 한 남성 해설위원은 "아… 지렸… 아 팬티를 갈아입어야 될 것 같습니다"라며 방송 수위를 넘는 발언을 했다고 양평원은 지적했다.
한편, 방송 3사의 전체 중계진 499명 중 여성은 124명(24.8%), 남성은 375명(75.2%)이었으며, 특히 캐스터 남녀 구성비는 여성 16명(3%), 남성 211명(97%)으로 남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해설자 수 역시 여성이 108명(39.7%), 남성이 164명(60.3%)으로 남성이 더 많았다.
양평원 관계자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은 성평등 올림픽이라 불릴 정도로 동계올림픽 사상 '여성·혼성 종목 최다'라는 기록을 남긴 반면, 미디어 속 성평등은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중계진의 젠더 감수성 교육과 언론·방송 종사자에 대한 양성평등 의식 함양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양평원은 이번 모니터링에서 발견된 성차별적 사례 일부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개선을 요청할 예정이다.
hisunn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