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北 매우 계획적…김정은 전략적 결단했을 것"

입력 2018-04-03 11:10  

문정인 "北 매우 계획적…김정은 전략적 결단했을 것"
"정상회담 잘된다해도 바로 비핵화 실현되는것 아냐"
"단계마다 '행동 대 행동 원칙'따라 北에 줄 건 줘야"

(도쿄=연합뉴스) 김정선 특파원 =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는 최근 한반도 정세와 관련, "지금까지의 (북한) 태도를 보면 매우 계획적"이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전략적 결단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특보는 3일 아사히신문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북한이 대화 공세로 나올 것으로 생각은 했지만 좀 템포가 빠르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의 전략적 결단에 대해 "우선 핵·미사일 실험을 반복, 미국에 대한 억지력을 가졌다는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김정은이 강조하는 핵 개발과 경제재건을 동시에 진행하는 '병진노선'과의 관계"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제사회와의 관계를 개선하지 않으면 경제문제는 극복할 수 없다고 이해했을 것"이라며 "엄격한 제재에 굴한 것은 아니지만, 압력 강화는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작년부터 접촉해 북한을 설득했느냐는 질문에 "작년 몇 번인가 접촉을 시도했지만, 북한으로부터 회답은 없었던 모양"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한국은 압력 한편으론 대화의 문을 열었다"면서 "(한국 정부가)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등의 방한을 따뜻하게 맞아 자세히 설명했고, (북한은) 한국 정부가 북미의 중재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거 같다"고 분석했다.
문 특보는 "저명한 미국의 북한 연구자가 재미있는 자료를 만들었다"면서 "1990년대 이후 북한은 대화가 계속될 때 핵·미사일 개발을 멈추지만, 논의가 깨지면 활동을 시작한다는 내용"이라며 "북한을 모르는 사람은 '그들은 거짓말쟁이'라고 하지만 제대로 된 연구자 사이에선 대화와 핵 개발의 관계는 알려진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그는 "1994년 제네바 합의 후 북한에서 우라늄 농축 의혹이 부상했을 때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아직 농축시설이 완성되지 않았으니 대화로 해결하자고 미국에 제의했지만 대답은 '노'였다"며 몇개의 사례를 제시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북한의 의심스러운 행동이 문제지만 그들로부터 보면 합의를 깬 것은 미국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특보는 "남북 또는 북미회담에서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등 많은 현안을 포괄적으로 일괄 타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잘 된다고 해도 바로 비핵화가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핵 개발의 동결, 신고, 사찰을 거쳐 폐기, 검증으로 이어진다"며 "그 단계마다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북한에 줄 것은 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제시했다.
그는 "북한이 핵도 미사일도 오랜 기간 개발해 왔기 때문에 간단하게 손을 놓지 않을 것"이라며 "냉정하게 현실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간이 걸리겠다는 의견에 "북한에 달렸으며 북한의 협력을 얻을 수 있을지는 한국과 미국·중국·일본이 얼마나 북한의 요구에 응할지에 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특보는 주한미군 철수에 대해선 "북한의 완전한 핵폐기에 이르지 않는 한 될 수 없다"고 언급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발족 후 일관해서 계속하는 것은 제재와 압력, 그리고 군사력 강화"라며 "그다음에 대화가 이어진다"면서 "우리는 안이한 대화파가 아니라 그 토대에는 안보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압력은 대화를 끌어내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마찬가지로 생각한다"며 "압력 일변도의 일본과는 좀 다르다"고 말했다.
아울러 개성 공단과 금강산 관광사업 재개 가능성에 대해선 "유엔 안보리 제재에 저촉되므로 재개할 수 없다"며 "북한이 뭔가 비핵화의 구체적 조치를 취한다면 안보리에서 의논한 다음에 검토할 수 있지만 현시점에서 한국 독자적으로 완화하는 제재는 매우 한정적"이라고 말했다.
문 특보는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잘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정상 간에 만나는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며 "획기적 성과를 내지 않아도 문제 해결을 위한 이정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미대화가 궤도에 오르면 북한이 한국과의 대화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그 반대일 것"이라며 "북한이 정상적인 나라로 되는 과정에서 가장 의지하는 것은 한국"이라고 말했다.
문 특보는 일본이 대북 대화 흐름에서 제외된다는 우려에 대해 "왜 일본 정부가 시야가 좁은 터널의 비전에 빠져 적극적 외교를 하지 않는지가 이해하기 힘들다"며 "대국으로서 책임 있는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북일 정상회담도 환영한다"며 북한의 비핵화가 실현되면 중요하게 되는 것이 북미, 북일 국교 정상화"라며 "과거의 청구권 문제를 포함해 북한에 경제적 인센티브를 가장 명시적으로 줄 수 있는 것은 일본"이라고 덧붙였다.
js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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