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 PO 3차전서 '깜짝 선발'로 활력소 역할
(전주=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좀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는데…그래도 확실히 '뭔가 다르구나' 하는 걸 느껴요."
2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PO) 3차전에서 서울 SK에 2연패 뒤 반격에 성공한 전주 KCC 센터 하승진(33)이 거론한 이 선수는 팀의 가드인 김민구(27)다.
하승진이 삼일중-삼일상고 후배이기도 한 김민구를 언급하는 것에 신중했던 건 김민구의 순탄치 않은 선수 생활 때문이다.
2011∼2012년 김종규(LG), 두경민(DB)과 경희대의 대학농구리그 우승을 이끄는 등 일찌감치 재능을 인정받아 '제2의 허재'로까지 불린 김민구는 201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KCC에 입단했다.
첫 시즌부터 인상적인 활약으로 재능을 증명했으나 2014년 6월 음주 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내고 크게 다친 이후 예전 기량을 다시 보이지 못했다.
이번 시즌은 특히 정규리그 평균 출전 시간이 10분이 채 되지 않아 프로 생활 최저를 기록해 팀 내 비중이 더 줄어들었다. 음주 운전에 대한 비판과 '재능이 아까운 선수'라는 평가는 그를 따라다녔다.
4강 PO에서 탈락 위기에 빠진 추승균 감독이 꺼낸 카드는 김민구였다. 앞선 두 경기에서 한 번도 내보내지 않았던 그를 선발로 내세운 것이다.
3차전에서 18분 25초를 뛰며 3득점에 4어시스트 2스틸. 숫자로는 크지 않지만, 그의 존재는 KCC의 분위기를 바꿔놨다.
하승진, 찰스 로드가 골 밑에서 버텨주고 김민구의 조율 속에 추 감독이 강조한 '한 박자 빠르게'가 통하며 KCC는 안방에서 시즌을 이어가게 됐다.
김민구의 3득점은 경기 종료 1분 17초 전 89-75로 벌리는 '쐐기 3점포'였다.
하승진은 "벤치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경기에 들어갔을 때 자연스레 위축되고 제 플레이가 안 나올 수 있는데, 민구는 주눅들지 않고 자신감 있게 하는 것 같다"면서 "이번을 계기로 경기력을 완전히 되찾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추 감독 역시 "2연패를 당하면서 팀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았는데, 김민구가 앞에서 많이 휘저어줘서 활력소가 됐다"며 활약을 높이 평가했다.
이미 챔피언결정전에 선착한 원주 DB의 상대 팀을 놓고 KCC와 SK는 4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4차전에서 경쟁을 이어간다. 챔프전으로 가는 희망의 불씨를 살리는 데 앞장선 김민구가 다시 KCC의 대반전을 이끌 카드가 될지 주목된다.
song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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