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경제포럼 2018…"초단기 자금 조달 가능한 ICO가 IPO 대체할 듯"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소비자의 입장에서 내가 어디서 어떤 물건을 사는지 공개되는 것은 싫을 것입니다. 소비자의 프라이버시는 중요하고 암호화 전자거래는 계속 성장하는 추세입니다."
암호학자 데이비드 차움은 3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분산경제포럼 2018' 기조연설자로 나서 "개개인이 어디에서 얼마의 돈을 가지고 있든 더 많은 통제력을 갖고 그 가치를 누리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차움은 1982년 국제암호학회를 처음 꾸려 '암호학의 아버지'라고도 불리는 인물이다. 1980년대부터 암호학을 금융에 접목하면서 암호화폐(가상화폐)의 기반을 마련했다.
그는 당시 논문을 통해 '은닉 서명'(Blind Signature) 개념을 만들고 1990년대에 세계 처음으로 전자화폐인 'E캐시'를 만들어 이를 송금했다.
차움은 "은닉서명은 디지털 숫자만 있으면 돈을 받을 수 있도록 한 혁신적인 아이디어였다"며 "은행은 누가 돈을 인출했는지 알 수 없고, 가게는 어느 계좌의 돈을 지불받았는지 알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송·수신자의 익명성을 담보하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처럼 소비자의 익명성을 확보한 것이다.
그는 "암호학이 사람들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데 도움을 줬다"며 "(앞으로는) 다른 것도 모두 공유·분산해 극단적으로는 직접 민주주의가 가능하도록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차움은 기조연설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E캐시가 비트코인의 전신이냐는 질문에 "물론이다"라고 답하며 "E캐시를 만든 동기는 화폐라기보다는 프라이버시(보호)였다"고 설명했다.
사이버 펑크의 정신적 지주라는 별칭에 대해서는 자신이 추구하는 바와 다르다고 답했다.
사이버펑크는 컴퓨터 가상현실과 저항문화의 결합을 뜻한다. 차움은 1980년대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제한했던 암호학 연구를 하면서 사이버펑크의 대부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차움은 "영광이고 기분이 좋기는 하지만 사이버펑크 정신의 모든 면에 다 동의하지는 않는다"며 반정부 주의적인 것보다 평등한 세상을 만드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대표들은 최근 한국의 가상화폐 시장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차명훈 코인원 대표, 유영석 코빗 대표, 어준선 CPDAX 대표, 이준행 고팍스 대표 등은 '한국 암호화폐 시장의 미래' 패널 토론에서 지난해 말에는 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됐으며 오히려 가격이 침체한 현재 이용자의 가상화폐 인식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차명훈 대표는 "(이용자들의) 지식수준이 많이 높아졌고 블록체인의 특성을 많이 파악하고 있다"며 "업계를 만든 입장에서는 지식을 전파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의무감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가상화폐공개(ICO)가 기업공개(IPO)를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ICO는 신생벤처기업이 가상토큰을 발행하면서 매각 대금으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암호화폐)를 받는 것이다. 이 토큰은 향후 신생벤처기업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나 상품을 구매하는 데 쓸 수 있다.
특정 기업이 상장하면서 투자금을 모으는 IPO와 유사하지만,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훨씬 절차가 간단하고 자금 확보 속도도 빠르다.
정창희 한국거래소 파생상품 시장본부장은 "ICO는 초단기로 할 수 있지만 IPO는 스타트업이 출범하고서도 한참 시간이 걸린다"며 "4차 산업혁명 영역에서는 IPO가 ICO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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