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볼 평균 시속 145㎞…다양한 변화구는 도리어 독으로 작용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류현진(31·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2018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정규리그 첫 등판에서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강판했다.
류현진은 3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방문 경기에서 3⅔이닝 동안 안타와 볼넷을 5개씩 허용하고 3실점 했다.
3-3으로 맞선 2사 3루에서 '천적' 폴 골드슈미트 타석 때 교체됐고, 구원 투수 페드로 바에스가 추가 실점을 막아 류현진은 승패 없이 물러났다.
빠른 볼의 위력은 지난해보다 향상됐다.
그러나 볼넷 5개가 말해주듯 제구가 좋지 않았고 모두 2사 후에 실점해 아쉬움을 남겼다.
왼쪽 어깨와 팔꿈치를 잇달아 수술하고 지난해 정규리그에 3년 만에 복귀한 류현진은 전혀 빠르지 않은 속구 탓에 고전했다.
구속과 볼의 무게감이 수술 전에 미치지 못했다. 빠른 볼의 위력이 사라진 탓에 팔색조 변화구의 효과도 반감됐다.
속구의 위력을 키우고 회전력을 높인 빠른 커브와 투심 패스트볼을 장착한 류현진은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2018년을 준비했으나 첫 등판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류현진의 이날 빠른 볼 최고 구속은 시속 148㎞를 찍었다. 최고 150㎞에 미치지 못했지만, 평균 구속이 작년보다 올라갔고 볼 끝 움직임도 날카로웠다.
류현진의 속구 평균 구속은 시속 145㎞를 유지했다.
하지만 볼넷 5개로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내 투구)에 실패했다.
메이저리거 출신 김선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이날 중계에서 건조하며 지붕 개·폐식 돔구장인 체이스필드의 특성상 투구 때 공의 회전이 잘 안 먹힐 수 있고 따라서 제구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탓인지 류현진은 3회에만 볼넷 3개를 허용하며 밀어내기로 점수를 주는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도 연출했다.
잘 알려진 대로 류현진은 볼넷을 무척 싫어한다.
이날 빅리그 통산 83경기(선발 82경기)에 등판한 류현진이 볼넷 3개 이상을 준 게임은 총 15경기다. 그의 9이닝당 볼넷은 전날까지 2.37이었다.
볼넷 3개 이상 경기는 지난해부터 급증해 올해 첫 등판까지 총 7번이 나왔다.
빅리그에 데뷔해 적응에 애로를 겪은 2013년 6번, 2014년 2번에 불과했던 볼넷 3개 이상 경기가 수술 복귀 후 많이 늘어난 셈이다.
지난해 5월 12일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경기에선 4이닝 동안 볼넷 6개를 내줘 최다 볼넷을 기록했다.
한 경기 볼넷 5개는 2013년 5월 18일 애틀랜타전, 2017년 9월 6일 애리조나전 이래 이번이 세 번째다.
속구, 체인지업, 커브, 슬라이더 4가지 구종을 던지던 4피치 투수이던 류현진은 미국에 건너간 뒤 생존을 위해 컷 패스트볼, 투심 패스트볼, 빠른 커브 등을 새로 추가했다.
그야말로 팔색조로 변신했지만, 타자가 유인구에 속지 않자 당혹스러운 순간을 맞았다.
애리조나 타자들은 류현진의 변화구에 크게 신경을 써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는 공을 빼곤 되도록 스윙을 아꼈다.
볼 카운트 싸움에서 공격적으로 상대를 압박하지 못한 류현진은 수세에 몰렸고, 결국 볼넷으로 위기를 스스로 불렀다.
류현진은 이날 속구 26개, 컷 패스트볼 18개, 체인지업 11개, 커브 13개, 슬라이더 7개를 던졌다.
구속을 회복한 속구를 더욱 정교하게 가다듬지 못하면 변화구의 위력이 살아날 수 없다는 사실이 첫 등판에서 입증됐다.
cany990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