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매뉴얼도 안 지킨 학교안전, 근본부터 재점검해야

입력 2018-04-03 14:52   수정 2018-04-03 14:58

[연합시론] 매뉴얼도 안 지킨 학교안전, 근본부터 재점검해야

(서울=연합뉴스) 정신질환을 가진 20대 남성이 대낮에 서울 시내 초등학교에 들어가 여학생을 상대로 인질극을 벌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2일 낮 서울 서초구 방배초등학교 교무실에서 양 모(25) 씨가 이 학교 여학생에게 흉기를 들이댄 채 인질극을 벌이다 1시간 만에 경찰에 체포됐다. 양 씨는 뇌전증을 앓아왔고, 범행 당시에도 간질증세를 보였다고 한다. 경찰은 양 씨를 상대로 보강수사를 한 뒤 인질강요 및 특수건조물침입 혐의 등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피해 여학생은 외상이 없고 상태가 양호하다고 하니 천만다행이다. 그러나 인질극이 벌어지는 동안 학생과 교직원들은 공포에 떨어야 했고, 학부모들도 "무서워서 어떻게 아이를 학교에 보내겠느냐"며 허술한 학교안전대책을 비판하고 있다.

학교 측은 범인이 교내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신분확인 등 기본적인 안전 매뉴얼도 지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범인은 "졸업증명서를 떼러 왔다"며 학교 정문을 통과한 뒤 바로 교무실로 들어가 범행을 저질렀다. 이 과정에서 학교 측은 외부인 출입 때 당연히 해야 하는 신분확인 등 기본적인 매뉴얼도 지키지 않았다. 신분을 확인하고 방문증을 발급한 뒤 관리대장에 방문자 인적사항을 기록하는 행위가 아예 없었다. 교육부는 2012년 경남 통영 학생 성폭력 사건과 서울 계성초등학교 고교중퇴생 학교 난입사건 등 학교안전을 위협하는 사건이 잇따르자 같은 해 11월 '학생보호 및 학교안전 강화 개선방안'을 마련해 시행해 왔다. 이 방안은 등·하교 시를 제외하고 학교 일과 중에는 모든 출입문을 닫고 경비실·행정실에서 방문증을 지급·폐용한 사람만 학교 출입이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사건 당시 방배초등학교에 근무 중인 학교보안관은 양 씨가 이 학교 졸업자라는 말만 믿고 출입을 허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에는 서울의 한 고등학교 졸업생이 모교에 들어가 흉기로 교사들을 위협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2016년 11월 광주에서는 50대 취객이 학교 지킴이를 밀치고 교무실까지 난입해 소동을 벌이다 체포됐다. 학교안전을 위협하는 사건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만큼 교육 당국은 학교시설 안전대책을 좀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선 학부모라도 사전에 약속하지 않으면 출입을 불허할 정도로 외부인 출입에 까다로운 규칙을 적용한다고 한다. 동시에 학교보안관이나 지킴이 등 학생보호 인력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활동수칙에 대한 연수를 강화해 유사한 사태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 현재 서울에는 국공립 초등학교 562곳에만 1천187명의 학교보안관이 배치돼 있는데 이들 평균 나이가 65세를 넘는다고 한다. 학교안전에 적합한 인력을 확보하도록 계속 노력하고 인센티브 제공 등으로 우수 보안관들의 사기를 올려줄 필요도 있다. 학생 600명 이상의 대규모 학교에는 학생보호인력도 늘려서 학생 안전에 공백이 없도록 해야 한다. 최근 학교시설을 지역사회를 위해 개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이것도 학교 교육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내에서, 학생보호와 안전이 선행된 상태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홍보할 필요가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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