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연합뉴스) 이해용 기자 = "마을이 없어지고 학교가 사라져도 국책사업이라 누구 하나 토를 달 수 없었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이라 지금처럼 단체로 항변하거나 데모를 하는 것은 전혀 없었다. 그렇다고 지역개발이라는 반대급부도 없었다."
1973년 소양강댐이 건설되면서 자신이 살던 마을과 학교가 통째로 사라지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강원 인제군 주민 최석중(58) 씨의 이야기다.
그가 살던 인제군 남면 가로 1리와 가로초등학교는 이제 물속에 잠겨 형체를 찾아볼 수 없다.
군인 가족을 포함해 1천500가구가 살았고, 전교생이 400명에 이르렀던 마을은 현재 인제군에서 가장 낙후한 마을로 전락했다.
지역에 남아 있는 졸업생은 1%도 안 돼 가로초교의 역사는 기억에서조차 사라졌다.
그래도 최 씨에게 부모님과 동네 어른이 모두 참가했던 운동회 등은 풍족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는 "학교는 규모가 크든 작든 마을의 구심적 역할을 하는 곳인데 경제성만 내세워 자꾸 없애서는 안 된다"며 "현재 있는 작은 학교라도 살려서 마을의 황폐화를 막아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이처럼 정부의 학교 통폐합 정책으로 사라졌던 폐교의 옛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는 사진전이 열린다.
강원교육희망재단은 이달 5∼8일 춘천시립도서관 2층 로비에서 '추억의 학교 사진 전시회'를 열어 흑백사진 100여점을 선보인다.
또 10∼13일에는 원주시청 로비에서 사진전을 이어간다.
이와 함께 오는 7월에는 국회에서 국회교육희망포럼과 공동으로 사진 전시회를 개최한다.
전시회에 소개되는 사진은 재단이 지난해 발간한 폐교 화보 '사진으로 보는 강원도 폐교 이야기 Ⅰ, 마지막 교실 추억의 시작'에 수록한 600여장 가운데 선발했다.
현원철 상임이사는 "폐교됐더라도 지역의 역사, 인물 자료가 멸실되지 않도록 체계적으로 보존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신적 고향인 정다운 학교가 사라지고, 어려서 사귄 친구 개념이나 연대의 고리가 없어지는 것을 반성하는 차원에서 사진전을 열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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