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조례 폐지 재의안 가결…충남도, 대법원 제소 검토
(예산=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충남에서 전국 처음으로 인권조례가 폐지됐다.
정치권과 시민·인권단체가 반발하고 있는 데다 국가인권위원회도 폐지를 막기 위해 국제 공조를 요구한 상태여서 후폭풍이 예상된다.
충남도의회는 3일 제303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를 열어 도가 재의(再議·의결된 안건에 대해 다시 심사하는 절차)를 요구한 '충남 도민인권 보호 및 증진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안'(충남인권조례 폐지안)을 가결했다.
재의안 처리에 필요한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재석 의원 3분의 2 찬성을 위한 정족수(23명)를 넘어 통과됐다.
자유한국당 의원 전원을 포함한 26명이 찬성했으며, 민주당 의원들은 표결에 불참했다.
참석한 의원은 한국당 24명, 민주당 8명, 바른미래당 1명, 무소속 1명 등 34명이다.
이날 재의안 가결에 따라 충남도는 5일 이내에 공포, 시행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도는 대법원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권조례가 폐지되면 인권 관련 교육과 상담, 실태 조사를 하고 인권센터를 운영할 근거도 없어져 인권행정 수행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정구 도 자치행정국장은 "인권조례를 없애겠다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에 인권 보장의 책무를 부여한 헌법과 관련 법률을 위반하겠다는 것"이라며 "지방자치법 제 7조3항에 따라 20일 이내에 대법원에 제소할 수 있도록 돼 있는 만큼 여러 대응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인권조례를 제정해 시행 중인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충남에서 처음으로 인권조례가 폐지되면서 다른 지역에서도 조례 폐지 움직임이 확산할 조짐을 보인다.
실제 충남 공주·부여·계룡과 충북 증평군의회 등에서 인권조례 폐지를 추진 중이다.
충남인권조례는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자유선진당 송덕빈 의원과 자유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 의원들이 공동 발의해 제정됐다.
자유한국당 소속 충남도의원들은 인권조례가 동성애를 옹호·조장한다며 지난 2월 2일 스스로 만든 조례를 폐지하겠다는 안건을 상정,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데 이어 이날 재의안도 가결했다.
여당과 시민단체는 "한국당이 일부 혐오세력의 표를 얻고자 후안무치한 폭거를 저지르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유병국 의원은 "바로 이 본회의장에서 우리가 의결해 만든 조례이고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은 없다"며 "우리 스스로 만든 조례를 폐지한다는 것은 모순이며, 제 발등을 찍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이어 "왜 꼭 이번 회기 안에 인권조례 폐지안을 처리해야 하는 것이냐"라며 "사전에 어떤 논의도 없이 갑자기 의사일정 변경 동의의 건을 발의해 상정한다는 것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어떤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김종문 의원도 "한국당이 다수당으로서의 수적 우위를 이용해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 하고 있다"며 "도민의 엄중한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날 본회의가 열리기 전 충남인권조례지키기 공동행동과 충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충남도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의회가 인권조례를 폐지한다면 대한민국 헌법을 짓밟은 수치스러운 의회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재가결될 경우 낙선운동을 포함해 의원들에 강력히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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