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지난해 상장사들의 순이익 합계가 역대 최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3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사협회, 코스닥협회가 12월 결산 코스피·코스닥 상장법인들의 지난해 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순이익 합계는 119조5천억 원으로 전년의 86조5천억 원보다 38.2%(33조 원) 늘었다. 연결 재무제표를 제출한 코스피 상장기업 533개사(금융사 제외)의 지난해 매출액은 1천823조1천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0% 증가했다. 영업이익(157조7천억 원)과 당기순이익(114조6천억 원)도 전년보다 28.2%, 40.1%씩 불어났다. 지난해 코스닥 상장기업 861개사 매출액도 170조1천억 원으로 전년 대비 9.7% 늘었다. 영업이익(9조8천억 원)과 당기순이익(4조9천억 원)은 각각 11.9%, 3.4% 증가했다. 한국거래소는 집계에서 빠진 금융사 등을 포함하면 지난해 상장사들의 순이익 규모가 120조 원을 훨씬 상회할 것으로 추정했다.
상장기업들은 2016년까지 경기침체 속에서 구조조정이나 비용절감으로 이익을 내는 '불황형 흑자' 기조를 이어왔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외형과 이익의 동반성장'을 실현한 것이라 의미가 남다르다. 작년 상장사들의 호실적은 글로벌 경기 회복세와 반도체 대호황에 따른 수출 호조의 영향이 컸다. 기업들이 수년째 체질 개선을 해온 것도 실적에 긍정적 기여를 한 것 같다. 이런 요인들이 겹치면서 상장사들의 외형과 이익 증가 흐름은 지난해 내내 계속됐다고 한다. 코스피 상장사들의 순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100조 원을 훌쩍 뛰어넘은 것도 특히 고무적이다. 다만, 이익지표 개선세에서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 간에 온도 차가 느껴지는 것은 아쉽다. 코스피 기업들의 지난해 매출액 영업이익률(8.7%)과 매출액 순이익률(6.3%)은 전년 대비 각각 1.2%포인트, 1.4%포인트 올라갔다. 반면 코스닥 기업들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5.7%로 전년 대비 0.1%포인트 올라갔지만, 매출액 순이익률은 2.9%로 0.2%포인트 내려갔다. 집권 2년 차에 들어간 문재인 정부가 코스닥 지원정책을 본격화하는 만큼 올해 좋은 실적을 기대해 본다.
정보기술(IT)·반도체 등 일부 업종에 이익 성장세의 '쏠림 현상'이 지난해에도 여전했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코스피 상장사들의 작년 연결 매출액은 전년 대비 8.8% 늘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증가율도 10.9%와 22.6%로 코스피 전체 증가율에 크게 못 미쳤다. 코스닥 시장에서 IT 업종의 이익성장이 더 가팔랐던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코스닥 IT 업종 423개사의 작년 매출액이 전년 대비 9.8% 늘고,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41.4%와 42.3% 증가해 코스닥 전체 기업 수치를 크게 웃돌았다.
문제는 올해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상장사들의 이익 증가 흐름은 계속되겠지만, 그 폭은 작년보다 둔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글로벌 경기 확장 추세 속에 반도체 호황이 계속되겠지만, 미·중 간 무역전쟁 가능성과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에 따른 금융·외환 시장의 변동성 확대 등 우려 요인이 만만치 않아서다. 작년의 기저효과로 올해 코스피 순이익 증가율이 10% 정도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기업들은 이런 상황에 꼼꼼히 대비하고 정부도 선제 대응책을 마련해 시장 동요를 막아야 한다. 정부는 특정 부문에 지나치게 쏠린 수출 품목을 다양화하기 위한 산업구조 개편도 서둘러야 한다. 우리 경제가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내수를 살리는 노력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국민경제의 균형 성장을 위해서는 수출과 내수가 같이 좋아져야 한다. 어느 한쪽의 성과가 부진할 때 다른 쪽이 이를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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