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분열에 지지율 고공행진…유럽 '우향우' 기름 부을 듯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헝가리 총선을 닷새 앞두고 3연임을 기정사실로 한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개헌 의석마저 확보하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15년 유럽 난민 사태를 지렛대 삼아 반난민, 민족주의를 앞세워 지지율을 다진 오르반 총리는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면 3연임을 하는 4선 총리가 된다.
DPA통신은 3일(현지시간) 오르반 총리가 다시 이기게 된다면 개헌 가능성까지 열어두게 된다고 전망했다.
지난달 7번의 여론조사에서 여당 피데스와 여당의 위성정당인 기독민주국민당(KDNP)은 41∼54%의 압도적인 지지율을 기록했다.
극우성향에서 최근 우파 성향으로 노선을 수정한 요빅(더 나은 헝가리를 위한 운동)이 20% 안팎의 지지율을 보이며 제1야당을 노리고 있고 사회당과 헝가리를 위한 대화의 좌파 연합당은 10%대로 요빅에도 뒤처져 있다.
피데스와 KDNP는 2014년 선거 때 44.87%의 지지율로 전체 199석 중 3분의 2가 넘는 133석을 차지하며 개헌 의석을 확보했지만 인터넷세 도입 추진으로 지지율이 추락한 상황에서 치른 보궐선거에서 2석을 잃고 개헌 의석을 지키는 데 실패했다.
총리 측근 인사들이 주요 언론사를 장악하고 정부가 시민단체 자금줄을 압박하는 데다 반난민 정책, 민족주의 확산으로 사회 분위기는 폐쇄적이 됐지만, 경제적으로 사회당 집권 시절보다 안정되면서 여당 지지율은 40%대를 유지하고 있다.
'빅테이터(빅토르와 독재자를 뜻하는 딕테이터의 합성어)'라는 별명까지 얻은 오르반 총리도 4선을 자신하고 있다.
여당이 개헌 의석을 확보하게 되면 장기 집권 시나리오를 실천에 옮길 가능성도 없지 않다. 오르반 총리는 지난해 11월 전당대회에서 만장일치로 당 의장에 선출되며 당 장악력을 과시했다.
오르반 총리가 4선에 성공하면 서유럽의 정치적 리더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장수 총리 반열에 오르게 된다. 그는 난민 정책을 두고 메르켈 총리와 EU를 맹비난한 데다 친러 행보로 EU 내 다른 회원국들을 자극해왔다.
폴란드와 체코,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국가들을 결집해 EU에서 발언권 확대를 요구하기도 했다.
유럽은 스웨덴과 포르투갈,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그리스, 몰타 정도를 빼고는 모두 우파 정부가 집권한 데다 최근 이탈리아에서도 극우, 반체제 정당들이 선거에서 승리하는 등 오른쪽으로 돌아섰다.
중유럽의 '스트롱맨'인 오르반 총리의 3연임은 유럽에서 번지는 우향우의 불길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 2월 피데스의 텃밭이었던 남부 도시 호드메죄바샤르헤이의 시장 선거에서 야당연합 후보가 승리하는 등 이상 징후가 보이고는 있지만 여당의 40%의 지지율은 좀처럼 무너지지 않고 있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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