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 KDB생명 '감독이 있는데 감독 공개모집이라니?'

입력 2018-04-04 05:05  

여자농구 KDB생명 '감독이 있는데 감독 공개모집이라니?'
박영진 감독대행 1년 계약 남았지만 연맹에서는 '효력 없다'
이전 해체 구단 사례에 비춰보면 이례적인 연맹의 감독 공모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너무 당황스러워서 무슨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3일 구리 KDB생명 농구단의 감독을 공개 모집한다고 공지했다.
KDB생명은 2017-2018시즌을 끝으로 여자프로농구단 해체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KDB생명은 WKBL 규약대로 2018-2019시즌 구단 운영비(25억원)를 납부하고 3월 말로 구단 운영에서 손을 뗐다.
이 구단의 운영은 새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한 시즌 동안 WKBL이 맡는다.
그런데 이날 WKBL의 감독 공개모집에 충격을 받은 이가 있다.
바로 지난 시즌까지 KDB생명을 이끌었던 박영진(43) 감독대행이다.
박영진 코치는 전임 김영주 감독이 지난 1월 성적 부진을 이유로 자진해서 사퇴한 이후 감독대행으로 승격해 팀을 지휘했다.
박 감독대행이 WKBL의 감독 공모에 놀란 이유는 아직 계약 기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는 "4월부터 2019년 3월 말까지 1년간 계약 기간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2017-2018시즌을 마치기 전에 KDB생명과 1년간 계약을 연장했다는 것이다.
박 감독대행은 "당시 구단 측에서 저와 계약하면서 '선수들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잘 이끌어달라'고 부탁하셨다"며 "구단으로부터 'WKBL이 저와 감독 계약을 준수하겠다고 합의했다'는 통보도 받았다"고 밝혔다.
22일 선수단 휴가가 끝나기 때문에 다음 시즌 구상에 골몰하던 박 감독대행으로서는 WKBL의 '감독 공모' 발표가 마른하늘에 날벼락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충격이 너무 커서 무슨 말을 못 하겠다"며 "선수들의 거취가 잘 풀릴 수 있다면 제가 감독을 하지 않아도 상관은 없지만 어떤 절차에 의해 이렇게 상황이 바뀌었는지 누가 제게 이야기는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호소했다.
또 "제가 KDB생명과 맺은 계약에 대해서도 누가 어떤 책임을 지거나 결론을 내줘야 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옳다고 생각한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WKBL 측은 "KDB생명이 박영진 감독대행과 2019년 3월 말까지 계약을 맺은 것은 맞다"고 시인하면서도 "법적으로 효력이 없다는 검토를 끝냈다"고 반박했다.
KDB생명이 올해 4월부터 구단을 운영할 계획이 없으면서도 이때부터 2019년 3월까지 1년간 계약을 보장해 준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KDB생명과 박영진 감독대행이 올해 초에 체결한 계약이 법적으로 유효한지가 관건인 셈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해체된 팀의 지난 시즌 잔여 경기를 지휘한 박영진 감독대행을 굳이 교체하고 새로운 감독을 앉히려는 WKBL의 행태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대, 신세계 등 여자농구에서 앞서 해체된 구단의 경우 예외 없이 해체 당시 팀을 이끌었던 이영주, 조동기 당시 코치가 새로운 구단(신한은행·하나은행)의 감독을 맡아 계속 선수단과 함께했던 사례도 있다.
연맹 위탁 운영 기간에는 말 그대로 팀을 유지,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춘 뒤 새 구단 주인이 나타나면 거기서 새로운 사령탑을 선임하거나 기존 감독을 재신임하는 절차를 밟는 편이 자연스럽다.
WKBL이 지난 시즌부터 특정 인사에게 KDB생명 지휘봉을 넘기려는 분위기가 감지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마침 WKBL이 KDB생명을 위탁 운영하게 된 만큼 연맹이 원하는 인사를 감독으로 선임하려는 절차라는 것이다.
하지만 WKBL 관계자는 "서류 심사와 면접은 최대한 공정하게 진행할 것"이라며 "결코 내정자를 위한 요식 행위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구단과 1년 계약을 연장했지만 난감한 처지에 놓이게 된 박영진 감독대행은 "저는 개인이라 어디에서 법률적인 자문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며 "선수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잘 해결이 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답답해했다.
email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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