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리용호 베이징 찾아 왕이와 회동…"북중 정상회담 성과 실천 옮겨야"
왕이, 최대 규모로 치르는 보아오 포럼 설명회 일정까지 바꾸며 만난 듯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김진방 특파원 = 북한과 중국이 지난주 정상회담을 연 데 이어 3일 베이징(北京)에서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하는 등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리는 비동맹운동(NAM) 각료회의에 참석하는 길에 이날 베이징에 도착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나 양국 주요 관심사와 현안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왕이 국무위원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성공적인 방문을 했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김 위원장과 북·중 관계 발전 및 한반도 핵 문제의 평화적 추진에 대해 중대한 인식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또 "현재 상황에서 북중 전통 우의를 유지하고 발전하는 것은 양국 및 지역에 매우 중요하다"면서 "양국 외교 부문은 각급 교류를 강화하고 양국 최고 지도자의 베이징 회담 성과를 조속히 실천에 옮겨야 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 "중국은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입장과 한반도 정세 완화에 기울인 노력에 찬성하며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지지한다"면서 "중국은 계속해서 대화와 담판을 촉구하며 한반도 비핵화 목표 실현과 평화 메커니즘 구축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용호 외무상은 "북중 양국 지도자의 성공적 베이징 회동은 북중 관계 발전을 위해 중요한 계기를 제공했다"면서 "북한은 중국과 함께 양측 지도자의 공동 인식을 잘 실천하고 고위급 상호 방문과 각 급별 외교 소통을 강화하며 북중 전통 우호 관계를 개선하고 발전시키길 원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북중은 양국 최고지도자의 베이징 회담이 가리킨 방향에 따라 한반도 유관 문제에 대해 중국 측과 긴밀한 전략적 소통을 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애초 왕이 국무위원은 이날 오후 3시(현지시간) 보아오 포럼 내외신 설명회를 할 예정이었으나, 갑자기 이를 오전 9시로 앞당겼다. 이 일정 변경은 리 외무상과의 회동을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보아오 포럼은 시진핑 주석이 참석해 개막식 연설을 하고 역대 최대 규모로 치를 정도의 중요한 행사라는 점으로 미뤄 볼 때 왕이 부장이 스케줄을 조정한 건 북한에 그만큼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중국 외교부가 공개한 왕 국무위원과 리 외무상의 사진 또한 주목할 만하다. 공식 석상에서 포즈를 취하는 사진뿐만 아니라 야외에서 악수하는 사진까지 이례적으로 게재했기 때문이다.
베이징 소식통은 "북중 정상회담이 이뤄진 지 2주도 안 돼 양국 외교수장이 만났다는 것은 북중 관계가 그만큼 빨리 돌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이는 남북, 북미 회담 등 한반도 정세에 있어 중국도 북한을 지렛대로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북·중 관계 개선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달 들어 북한 고려항공도 증편에 나섰다.
베이징-평양 노선을 기존 3회로 운영하던 고려항공은 4월부터 주 5회로 늘렸다. 동계철이 지나 성수기를 맞아 증편한 것일 수도 있지만 북·중 관계 개선에 따른 인력 교류 증가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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