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산인해 이룬 평양 공연장…"조용필 선생, 잘하시더라"

입력 2018-04-03 21:17   수정 2018-04-03 21:36

인산인해 이룬 평양 공연장…"조용필 선생, 잘하시더라"
北 관객들 열광…"통역 필요없는 우리, 만남 너무 오래 걸려"



(평양·서울=연합뉴스) 평양공연공동취재단 박수윤 기자 = 3일 오후 3시 30분(한국시간) 평양 보통강구역 류경정주영체육관 앞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우리 예술단과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이 함께 만든 '남북예술인들의 연합무대-우리는 하나'를 보기 위한 인파였다.
평양 시민들은 일찌감치 줄을 지어 공연장으로 입장했다. 남성은 대부분 검은 양복 차림이었지만, 여성들의 차림새는 화사한 개량한복부터 서양식 투피스에 미니스커트, 레이스 블라우스까지 각양각색이었다. 풋풋한 20대 남녀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공연은 공동 사회를 맡은 소녀시대 서현과 북측 방송원(아나운서) 최효성의 '우리는 하나'라는 힘찬 외침과 함께 시작됐다.
1만2천여 석의 공연장을 가득 북측 관객들의 반응은 우리가 음악을 즐길 때와 다를 게 없었다.
'가왕' 조용필과 밴드 YB의 신나는 록 사운드가 나올 때는 열광했고, 최진희와 백지영, 정인, 알리의 애절한 발라드에는 애틋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레드벨벳이 히트곡 '빨간 맛'을 경쾌한 안무에 맞춰 선보일 땐 다소 낯선 표정이 스쳤다.



특히 실향민 부모를 둔 강산에가 함경도 청취가 가득한 '라구요'를 부르자 일부 관객은 눈물을 흘렸다. 강산에가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하며 만든 노래"라며 말을 잇지 못하자 갈채를 보내며 그를 격려하기도 했다.
이선희가 북한 가수 김옥주와 나란히 서서 'J에게'를 부를 땐 관객들이 내내 손뼉으로 박자를 맞췄다. 이선희가 객석을 향해 "여러분, 북측에서 '가수'라고 하나요?"라고 물을 때 김옥주가 작게 "네"라고 대답했고, 이에 이선희가 "마이크 써 주세요"라고 말하자 객석에서는 화기애애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사회자 서현은 지난 1일 공연과 마찬가지로 북한 최고 가수로 꼽히는 김광숙의 '푸른 버드나무'를 관객에게 선사했는데, 1절이 끝나기도 전에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가장 열렬한 반응이 쏟아진 건 남북 출연진 모두가 무대에 올라 피날레 송으로 '우리의 소원', '다시 만납시다'를 부를 때였다. 1만2천여 관객은 일제히 일어나 머리 위로 손을 흔들었고 우레같은 함성을 쏟아냈다. 박수 소리는 10분 넘게 끊이지 않았다.



공연 직후 한 북한 관객은 "감동적인 순간들이 있었다"며 "우리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지 않느냐. 우린 통역이 필요 없다. 그런데도 만나는 데 너무 오래 걸렸다"고 소회를 밝혔다.
또 다른 북한 관객은 "참 좋았다. 조용필 선생이 잘하시더라. 노래를 들어보긴 했지만 보는 건 처음"이라며 벅찬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자신을 알제리 출신의 평양 주재 유엔(UN) 직원이라고 소개한 외국인은 "북한에서 일한 지 매우 오래됐다. 노래 가사는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분위기로 느낄 수 있었다. 모든 순간이 감동적이었다"며 "남북이 어서 통일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러시아인 등 공연장 곳곳에서 외국인 관객이 눈에 띄었다.


cla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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