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적으로 뭔가를 할 것"…주무 장관들과 회의 후 의회 입법 압박키로
국내 법집행에 군대 동원 금지한 법률 위반 논란…의회·멕시코 '반발'
(워싱턴·서울=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강건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멕시코 국경장벽이 건설될 때까지 군대를 보내 국경 경비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발트 3국 정상과 만난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멕시코 국경) 장벽을 쌓고 적절한 경비를 할 수 있을 때까지 군대로 국경을 지킬 것"이라며 "이는 큰 진전"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국경 경비는 군대가 아닌 국경순찰대가 맡고 있다.
그의 발언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배석한 가운데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국경을 지키기 위한 법률이 매우 나쁘다. 매티스 장군과 이야기를 했는데, 그래서 우리는 군사적으로 뭔가를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그러면서 "우리는 군대가 멕시코와 미국 사이의 우리 국경을 지킬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며 "그것이 우리가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매티스 장관, 커스텐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 존 켈리 비서실장 등과 따로 회의를 하고 국경 대책에 관한 보고를 받았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 회의 직후 성명을 내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한 국경 대책에는 '주 방위군 배치'가 포함된다고 밝혔다. 군 배치 규모나 역할 등의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다.
샌더스 대변인은 또 "정부는 의회가 밀거래 범죄자들, 마약 테러리스트, 밀수 조직들에 의해 악용되는 법적 구멍을 없애기 위한 법안을 통과시켜줄 것을 압박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 의회에서 멕시코 장벽 예산이 삭감된 이후로 이민 문제 쟁점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멕시코 정부가 국경 단속을 강화하지 않으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을 폐기할 수 있다고 압박했고, 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 프로그램인 '다카'(DACA) 협상 종료를 선언했다.
그는 지난 1~2일 트위터 계정에서 이민 이슈로만 9건의 트윗을 한 데 이어, 이날도 트위터에 글을 올리며 3일째 'SNS 공세'를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온두라스 사람들의 거대한 '캐러밴'(중미 출신 이민자들의 행렬)이 지금 멕시코를 건너 우리의 '법률이 약한' 국경으로 향하고 있다"면서 "캐시카우(수익창출원)인 나프타가 여전히 진행 중이고 온두라스와 같은 나라들이 대외원조를 받고 있다. 의회가 지금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군 부대의 국경 경비 임무는 위법 논란에 휘말릴 소지가 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의회 승인 없이는 미국 영토 내에서 민간 법 집행 임무에 군대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 연방 법률(The Posse Comitatus Act)과 상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법률에 따라 주 방위군을 포함한 미군 병력은 국경에서 민간인을 체포하는 등의 국내 법집행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현행법상 허리케인이나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 이후 폭동 진압 또는 구호 작업을 위해서만 군 병력을 자국 영토 내에 배치할 수 있도록 허용된다.
다만 주 방위군이 국경 경비를 '지원'하는 수준의 임무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수행한 전례가 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2006년 6천 명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0년 1천200명을 각각 멕시코와의 남부 국경에 파견했다. 당시 국경에 배치된 주 방위군은 직접 법을 집행하지는 않았고, 정보 분석이나 감시·정찰 등 국경순찰대를 돕는 임무만 수행했다.
두 전 대통령의 임시 조치는 "수백만 명에게 미국 시민권을 주는 이민 개혁에 대한 보수층의 지지를 얻어내기 위한 노력"이었다고 의회 전문 매체 더 힐은 설명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2006년 해당 조치를 발표할 때 "미국은 남쪽 국경을 군대화하지 않을 것이다. 멕시코는 우리의 이웃이자 친구"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군 투입 계획이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다 공화당 일각에서도 부정적인 시각이 많아 실행 여부가 불투명해 보인다.
아울러 멕시코 정부가 이런 계획에 반발하고 있어 국제 갈등으로 비화할 여지도 있다.
헤로니모 구티에레스 주미 멕시코대사는 이날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을 구체적으로 밝혀달라고 요구하고, CNN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분명히 멕시코 정부가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는 7월1일 대선을 앞두고 여론조사 1위를 질주하는 중도좌파 후보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는 미국이 국경에 군대를 배치할 경우 수천 명의 지지자들과 함께 '평화의 인간띠'를 구성해 항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02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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