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본사서 '탕탕탕'…남친 노린 여성총격범, 현장서 숨져(종합2보)

입력 2018-04-04 11:47  

유튜브 본사서 '탕탕탕'…남친 노린 여성총격범, 현장서 숨져(종합2보)
3명 부상…지역방송 "범인이 남자친구 쐈다", "가정 불화 문제와 연관"
실리콘밸리 한복판 총격사건 충격…트럼프도 사건 보고받고 애도 트윗


(샌프란시스코·서울=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강건택 기자 = 세계 최대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의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 브루노 본사 건물에서 3일 오후(현지시간)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 여성 용의자는 그 자리에서 숨지고 최소한 3명의 유튜브 직원이 부상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의 원인을 가정 문제로 보고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경위를 수사 중이다.
샌 브루노 경찰은 "유튜브 직원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을 때 용의자로 보이는 여성은 현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상태였다"면서 "4명의 부상자는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고 말했다.
부상자 4명 중 총상을 입은 환자는 3명이며, 나머지 1명은 대피 과정에서 발목을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
샌프란시스코 종합병원 측은 "3명의 총격 사건 부상자가 들어왔다"면서 이들 중 32세 여성은 중상, 27세 여성은 경상이지만, 36세의 남성은 위독한 상태라고 말했다.
또 인근 스탠퍼드 대학 병원 측도 "4∼5명의 총격 사건 관련 환자가 이송됐다"고 말했으나 환자의 상태는 언급하지 않았다.
범행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지역 방송사인 KRON4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 여성이 남자친구를 향해 총을 쐈다"고 전했다.
사법당국의 한 관계자도 총상을 입은 남성이 여성 총격범의 남자친구인 것으로 보인다고 미 CBS뉴스에 전했다.
AP통신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당국이 이 사건을 가정 내 폭력 사건으로 보고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사건은 점심 시간인 오후 12시48분께 본사 건물 사이에 있는 야외 정원에서 벌어졌다. 이 야외 정원은 직원들이 식사를 하는 곳이기도 하다.
유튜브의 한 직원은 야외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있을 때 갑자기 총격 소리가 들렸고, 한 여성이 주차장에서 건물 로비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황급히 건물 안으로 뛰어들어갔고 이후 20발 가까운 총성 소리를 들었다고 전했다.
회사 직원인 디애나 안스파이거는 여성 총격범이 안경을 쓰고 스카프를 착용했으며 "아주 커다란 권총을 쏘고 있었다"고 AP에 말했다. 그와 동료 직원들은 콘퍼런스룸에서 1시간 동안 숨어 공포에 떨었다고 전했다.
유튜브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잭 보리스는 대피 과정에서 총격범이 "내게 덤벼라. 와서 날 잡아가라"고 외치는 것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바딤 라브루수시크 유튜브 상품 매니저는 트위터에 "나와 동료들은 총소리를 들은 뒤 사무실에서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다가 안전하게 빠져나왔다"는 글을 올렸다.
현지 TV 방송에는 본사 건물에서 직원들이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한 줄로 빠져나오는 장면이 포착됐다. 경찰은 대피한 직원들을 몸수색하고 총기 소지 여부를 확인했다.
경찰은 숨진 여성 총격범 외에 다른 공범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 여성은 스스로 쏜 총탄에 맞아 숨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용의자는 35세에서 40세 사이의 나이로 추정되며, 캘리포니아 남부에 살고 있다고 ABC뉴스가 보도했다. 이 여성은 유튜브 회사와 관계가 없는 인물로 전해졌다.
유튜브의 샌 브루노 본사 건물은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남쪽으로 약 17㎞가량 떨어진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인근에 있다.
본사에는 엔지니어를 포함해 2천명에 가까운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유튜브의 모회사인 구글은 긴급 성명을 통해 "우리는 지역 당국 및 병원에 적극적인 협조를 하고 있다"면서 "우리 보안팀도 당국과 긴밀히 협력해 직원들의 안전을 위한 건물 소개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의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여러분이 지금 충격에 빠졌다는 것을 잘 안다. 앞으로 구글 가족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비극에서 치유될 수 있도록 도움을 계속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미 연방수사국(FBI)과 연방 주류·담배·화기 및 폭발물 단속국 요원들도 현장에 출동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 사건을 보고받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백악관 대변인이 말했다.
최근 17명이 숨진 플로리다 고교 총격사건 등을 계기로 총기 규제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한창인 상황에서 미국 IT의 중심인 실리콘밸리 한복판에서 발생한 이번 총격 사건에 따라 총기 규제 찬성 여론은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총기 규제를 반대하는 입장인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우리의 생각과 기도가 관련된 모든 사람과 함께 한다"면서 "지금 현장에 있는 경이로운 경찰관과 긴급 구호요원들에게 감사한다"고 애도했다.
한편, 이날 사건은 미국에서도 보기 드문 여성에 의한 총기난사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될 전망이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지난 2014년 발표한 조사결과를 보면 2000∼2013년 미국에서 발생한 160건의 총기난사 사건 중 단 6건 만이 여성이 저지른 사건이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kn020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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