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부활한 '영원한 맞수'…우즈·미컬슨의 훈훈한 동행

입력 2018-04-04 09:01  

나란히 부활한 '영원한 맞수'…우즈·미컬슨의 훈훈한 동행
마스터스 연습 라운드서 20년 만에 동반 연습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영원한 라이벌'이던 타이거 우즈와 필 미컬슨(이상 미국)이 미국 조지아 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 나란히 섰다.
이번엔 경쟁자가 아니라 '한 팀'이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 토너먼트 개막을 이틀 앞둔 3일(현지시간) 우즈와 미컬슨은 연습 라운드를 함께했다.
마스터스 타이틀을 각각 4개, 3개씩 보유 중인 둘은 한 팀이 돼 프레드 커플스(미국), 토마스 피터르스(벨기에)를 상대했다.
점수를 기록하지 않는 연습 라운드였지만 우즈의 이글 2개, 미컬슨의 5연속 버디로 둘은 상대팀을 완벽히 제압했다고 골프채널은 전했다.
골프채널에 따르면 두 선수가 함께 연습 라운드를 가진 것은 1998년 LA오픈 이후 무려 20년 만이다.
로리 매킬로이(북잉글랜드)는 "타이거와 필이 오거스타에서 함께 연습하는 날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며 감격했다.

42세 우즈와 47세 미컬슨은 전성기를 공유한 치열한 맞수였다.
맞수라고는 하지만 미컬슨은 골프황제 우즈의 그늘에 가려진 만년 이인자에 가까웠다.
우즈가 683주간 세계랭킹 1위를 차지하는 동안 미컬슨은 단 한 차례도 1위에 도달해보지 못했고, 우즈가 PGA 투어 '올해의 선수상'을 11차례나 수상하는 동안 미컬슨은 박수만 쳐야 했다.
그렇지만 우즈의 독주에 가장 강력한 대항마였던 것도 미컬슨이었다. 우즈의 독주를 뚫고 그는 메이저 5승을 포함해 PGA 투어 통산 43승을 거뒀다.
세계 골프계를 양분했던 둘도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진 못하는 듯했다.
20대 젊은 골퍼들이 치고 올라오는 동안 우즈는 허리 부상으로 선수 생활에 위기를 맞았고, 미컬슨은 오랫동안 우승컵을 안지 못했다.
그러나 둘은 세간의 예상을 깨고 나란히 부활에 나섰다.
우즈는 지난해 허리 수술 후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재기에 성공했고, 미컬슨은 지난달 멕시코 챔피언십에서 4년 8개월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산전수전 겪은 40대가 되어 만난 두 라이벌의 관계는 과거 냉랭한 긴장감이 흘렀던 사이에서 따뜻한 '브로맨스'로 변했다고 로이터통신은 표현했다.
이날 연습 라운드 후 미컬슨은 기자들에게 "서로 웃고 이야기를 주고받고 둘 다 자학개그를 했다"며 "때로 서로에게 여기저기 잽을 날리기도 했다.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우즈는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의 우정이 강해졌다"며 "우린 둘 다 커리어의 후반에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린 20년간 멋진 전쟁을 펼쳤고 앞으로도 몇 번 더 그랬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일인자를 두고 다투던 20대 초반과 지금이 다르다는 것을 안다.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라고 덧붙였다.
동료이자 라이벌로서 둘은 서로에 대한 존경심도 남다르다.
미컬슨은 "우즈가 골프라는 게임에서 해낸 것에 나보다 더 큰 혜택을 받은 사람은 없다"며 "누구보다 우즈를 존경했다. 그가 다시 경기하는 모습을 보는 일은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멋지다"고 말했다.
우즈는 "미컬슨은 늘 자신이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며 "그게 미컬슨의 특별한 점이고, 그래서 그가 메이저 대회를 포함한 수많은 대회에서 우승한 것"이라고 칭찬했다.

mihy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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