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대응 따라 지배구조 개선안 반대할 수도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미국계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4일 현대자동차그룹에 요구하고 나선 '지배구조 개편 추가 조치'는 구체적인 주주이익 확보 방안과 배당 확대 계획을 밝히란 뜻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향후 이에 대한 현대차그룹의 대응 정도에 따라 현대모비스 지분 매입을 통한 지배구조 개선 계획 자체를 무산시킬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의 이번 지배구조 개편 방안은 기존에 시장에서 예상했던 '3사 분할합병'(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 3사 인적분할 후 지주회사로 합병) 방안보다 주주들이 손해를 보는 측면이 있다"며 "엘리엇 역시 이를 문제 삼은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대차그룹 발표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만족스럽다고 평가했지만, 정작 주주들은 얻는 것이 없어 발표 이후 오히려 주가가 빠지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고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이 이번에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물리적 변화만 이야기했을 뿐 전체 그룹에 미칠 화학적 시너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아 엘리엇이 추가적인 노력을 주문하고 나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너 차원의 그룹 청사진 제시가 없었으며 구체적인 주주환원정책이나 배당 정책 관련 언급도 없었다는 것이다.
고 연구원은 "삼성, SK 등 다른 대기업과 다른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방안은 투자자들에게 낯선 구조"라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고민이 많은 상황에서 엘리엇이 깃발을 들고 나서 현대차그룹을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현대차그룹이 구체적인 내용 없이 선언적으로만 지배구조 개편에 따른 회사 미래를 설명했다는 점에서 엘리엇이 현대모비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추가적인 방안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YNAPHOTO path='PYH2016010805600001300_P2.jpg' id='PYH20160108056000013' title='현대자동차그룹' caption='[연합뉴스 자료사진]' />
이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이 배당은 이미 충분히 하고 있으므로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이나 구체적인 사업 확장 계획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엘리엇이 최근 현대차그룹 지분을 추가로 매입한 것은 그룹 전체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주주들을 좀 더 챙겨달라는 뜻으로 해석된다"며 "구체적인 주주환원정책이 부족하다는 것은 시장 전반의 목소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을 통한 주주환원정책을 요구할 수 있고, 모빌리티 등 애매한 사업 분야를 언급하기보다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중심으로 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라는 요구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엘리엇이 이번 지배구조 개편 계획 자체를 무산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고태봉 연구원은 "엘리엇이 현대차그룹과 사전 조율을 하고 투명경영위원회 등을 통해 압박하다가 만족하지 않으면 결국 주총에서 반대할 소지가 있다"면서 "엘리엇이 나서면 현대모비스 지분 47%를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동조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일 연구원도 "엘리엇이 3사 분할합병을 염두에 두고 이번에 목소리를 낸 것 같다"며 향후 다른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요구할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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