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급식 113만명·연탄나눔 4천899만장…밥상공동체 20년

입력 2018-04-04 14:53  

무료급식 113만명·연탄나눔 4천899만장…밥상공동체 20년
1998년 외환위기로 시작…허기복 목사 "어려운 이웃과 늘 함께"


(원주=연합뉴스) 배연호 기자 = 20년 전인 1998년 4월 14일 강원 원주천 쌍다리 아래에 노숙인을 위한 무료밥상이 차려졌다.
1998년은 실직자, 노숙자, 홀몸 어르신 등 빈곤층에게는 하루 한 끼 해결도 어려운 외환위기 시절이었다.
'가난한 사람을 도우며 평생 살겠다'는 결심으로 신학생 시절을 보낸 허기복(62) 목사는 원주천 쌍다리 아래에서 이들을 위해 무료 점심급식을 했다.
쌍다리는 6·25 전쟁 당시 피란민이 천막을 치고 살면서 재기의 의지를 다졌던 곳이다.
허 목사는 피란민이 전쟁의 상처를 극복하고 재기했듯이 따뜻한 한 끼가 실직자와 노숙자의 희망을 키우는 자양분이 되기를 소망했다.
밥상공동체라는 민간운동은 이렇게 한 종교인의 순수한 소망에서 비롯됐다.

무료급식으로 시작된 밥상공동체는 이어진 자발적인 후원과 자원봉사를 바탕으로 1년 만에 음식은행, 노숙인 쉼터, 취업알선, 건강검진 등 범사회복지운동으로 빠르게 확대됐다.
1998년 4월부터 1년간 원주천 쌍다리 아래에서 점심을 해결한 인원만 3만8천명이 넘었다.
1998년 말 기준 원주시 전체 인구 26만1천여명의 15%에 해당했다.
이때부터 올해 2월까지 20년간 무료급식 누적 인원은 113만명에 이른다.
밥상공동체는 2001년 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제1회 8·15 빈곤 해방의 날' 선포식을 했다.
이때부터 매년 광복절이면 홀몸 어르신, 영세 가정, 쪽방 거주자 등 빈곤층에게 삼계탕, 쌀 등을 전달하는 사랑 나누기 행사를 했다.
2002년 12월에는 겨울철 어려운 이웃에게 온기를 전하고자 연탄은행을 설립했다.
밥상공동체의 연탄은행은 2005년 2월 연탄은행전국협의회 발족 등 전국적인 운동으로 확산했다.
현재 원주, 서울, 부산, 인천, 대전 등 전국 31개 지역에서 연탄은행이 운영 중이다.
밥상공동체가 이들 연탄은행을 통해 전국 33만 가정에 사랑의 연탄 4천899만장을 전달했다.
밥상공동체는 오는 6일 오전 10시 30분 원주천 쌍다리 아래에서 후원자, 봉사자 등 2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모두가 어깨를 펴고 사는 세상'이라는 주제로 창립 20주년 기념행사를 한다.
허 목사는 4일 "그동안 힘들고 고된 일들 그리고 보람 있고 행복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며 "20주년을 맞아 다시 한 번 힘을 내 도전하고 또 도전해서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by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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