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산업 재건 5개년 계획…공공ㆍ전략화물 운송 국적선사 이용 촉진
국적선사 재무건전성 강화대책 마련…"2022년 해운 매출 51조원"
(세종=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한진해운 청산 이후 위상이 크게 축소된 한국 해운 산업을 되살리기 위해 앞으로 3년간 국적선사에 선박 200척의 발주를 정부가 지원하는 '신조(新造) 프로그램'이 가동된다.
공공부문 및 전략화물 운송의 국적선사 이용을 촉진하고, 국적선사의 취약한 재무건전성을 높이는 방안도 마련됐다.
이를 통해 오는 2022년 국내 해운산업 매출을 51조원으로 늘리고, 현재 세계 14위 수준인 현대상선을 10위권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5일 오전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해운재건 5개년 계획'(2018∼2022년)을 발표했다.
김 장관은 "한진해운 파산 이후 우리 해운업 매출은 10조원 이상 줄고, 원양 컨테이너 선복량은 절반 이하로 떨어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장기불황과 치열한 경쟁, 환경규제 등으로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은 해운업과 조선업을 함께 살리기 위한 종합 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 '자본금 5조원' 해양진흥공사 통해 선박 200척 발주 지원
정부는 먼저 글로벌 해운 시장에서 국적 선사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대규모 선박 신조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올해 7월 출범하는 한국해양진흥공사의 투자·보증을 활용해 2020년까지 벌크선 140척과 컨테이너선 60척 등 200척 이상의 신조 발주를 지원한다.
정부가 예상한 컨테이너 발주 수요에는 2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12척과 1만4천TEU급 8척 대형선이 포함됐다.
이는 한진해운 파산 이후 최대 국적 선사가 된 현대상선을 '100만TEU급' 글로벌 10위권 원양 선사로 키우기 위한 것이다.
현재 선복량 33만TEU로 세계 14위 수준인 현대상선이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감 있는 선사로 인정받기 위해선 100만TEU급 규모로는 몸집을 불려야 한다는 것이 현대상선과 정부의 판단이다.
2020년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배출가스 규제 시행에 대응하기 위해 친환경·고효율 컨테이너선 발주가 필요하다. 올해 상반기 발주가 이뤄지면 2020년부터 순차적으로 선박을 인수해 운용할 수 있다.
현대상선은 2만2천TEU급 12척을 확보해 유럽 노선에, 1만3천TEU급 8척을 미주 노선에 각각 투입해 글로벌 원양 선사로 위상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기존 금융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지 못한 건실한 중소선사에도 금융지원을 확대해 벌크선 등 신조를 지원한다. 이를 통해 현재 7천189DWT(재화중량톤수) 규모인 선대규모를 2022년까지 8천331DWT 규모로 확대한다.
중고선박, 선박평형수 처리시설, 컨테이너 기기 등도 지원대상에 포함됐다. 담보가치가 적은 컨테이너 기기 등은 그 특성을 고려해 해양진흥공사가 보증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노후 선박을 친환경 선박으로 교체하는 경우 신조선 가격의 10% 수준에서 보조금을 지급한다. 2022년까지 50척의 노후 선박에 지원하며 선령 20년 이상, 에너지효율등급 평균 이하인 외항선박이면 대상이 된다.
전시뿐 아니라 선사 파산 등 경우에도 국가 경제와 안보를 위해 필수적인 화물 수송이 가능하도록 '국가 필수 해운제도' 도입을 위한 법 제정을 올해 하반기 추진한다.
◇ 국적선사 이용 국내 화주에 '인센티브'…전략물자 운송 늘린다
안정적인 해상운송 화물 확보를 위해 국내 화주들이 국적 선사를 이용할 경우 다양한 인센티브를 준다.
선주·화주·조선사가 공동으로 선박투자에 참여하고 수익을 공유하는 '상생펀드'를 설립, 펀드에 참여하는 화주에게 운임 우대, 선복량 우선 배정, 선적 시간 연장, 목적지 변경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상생펀드에 가입하거나 선사와 장기운송계약을 맺는 등 상생협력 우수 화주를 인증하는 제도도 도입해 통관·조사 간소화, 국내 부두 이용 혜택 등 인센티브를 준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선주협회 등이 참여하는 '해상수출입 경쟁력 강화 상생위원회'를 통해 국내 화물의 국적선 수송 확대를 독려한다.
김 장관은 "필요하다면 직접 수출입 대기업을 찾아가 국적 선사 이용을 부탁하는 비즈니스를 할 생각도 있다"고 의지를 보였다.
국가·공공부문에서도 국적 선사 이용을 확대하도록 전략화물 적취율 높이기에 나선다.
현재 국내 전략화물 적취율은 액체화물은 28.1%, 건화물(드라이벌크)은 72.8% 수준이다. 이 비율을 각각 33.8%, 80.1%까지 높이는 게 목표다.
가스공사, 발전 5개사 등 대량 전략화물을 취급하는 공공부문에서 현재 국적 선사와 장기운송계약을 맺은 경우 재연장을 추진하고, 외국 선사와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에 국적 선사로 계약을 대체하는 방안을 협의한다.
공공기관에서 적용하는 해상운송 '최저가 낙찰제'를 '종합심사 낙찰제'로 전환하기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한다.
가격뿐 아니라 용역수행능력, 재무건전성 등을 함께 평가해 경쟁력 있는 국적 선사에게 운송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다.
전략물자 등 운송에 국적 선사를 우선 사용하도록 하는 '한국형 화물 우선 적취' 방안도 마련한다.
현재 미국은 군용화물의 100%, 정부기관 소유나 재정 지원 화물·농산물의 50% 이상을 미국 상선이 운송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해외사례를 조사해 올해 하반기 법 제정을 추진한다.
◇ 중고선박 매입 후 재용선…"선사 유동성 지원"
선사들의 재무건전성을 개선하고 경영안전을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현재 국내 해운 기업의 43.5%는 부채비율이 400%를 넘는 '고위험 기업'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금융권의 자금차입이나 회사채발행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양진흥공사와 자산관리공사(캠코 펀드)를 통해 중고선박을 매입한 뒤 재용선 하는 방식의 '세일즈 앤 리스백'(Sales and Lease Back) 프로그램을 활용, 선사의 부채비율을 낮추고 유동성을 제공한다.
중고선박의 시장가 매각에 따른 매각손실 보전이 필요한 경우 해양진흥공사가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본을 확충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지난해 8월 국적 선사 14곳이 참여해 출범한 한국해운연합(KSP)을 통한 자발적인 항로 구조개선도 지원한다.
KSP는 이미 3차례 걸친 항로 구조조정으로 선복량 과잉 항로의 선박 11척을 조정하고 신규항로를 개설하는 등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KSP 협력을 통해 중복 노선에서 출혈경쟁으로 서로 피해를 보던 국적 선사들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이를 바탕으로 유휴 선복 교환, 터미널 공동사용 등 협력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해양진흥공사를 통해 환율·운임·선박 잔가 등 리스크 관리와 선박투자 컨설팅 등을 제공하고, 아시아 항로 등 국적 선사 주요 항로에 초점을 맞춘 해상운임지수를 개발해 운임을 공표한다.
중장기적으로는 해상운임지수를 활용해 파생상품 '운임선도거래'(FFA) 시장을 조성해 해운 실물시장의 위험을 분산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선사와 해양진흥공사 등이 참여하는 '한국 글로벌 터미널운영사'(K-GTO)를 육성해 부산항 등 국내는 물론 아시아·유럽 등 해외 주요항만 터미널 확보에도 나선다.
김 장관은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통해 2022년까지 해운 산업 매출액 51조원을 달성하고, 조선업 경기 회복과 수출입 물류경쟁력 확보도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계획이 차질없이 추진되도록 법령 개정, 공사 설립, 관계부처 협의 등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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