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 여성에 여러 차례 방송…비난 쇄도하자 "부적절" 사과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스모(相撲)협회가 졸도한 사람을 응급처치하기 위해 스모 씨름판(도효·土俵)으로 올라간 여성을 향해 "내려가라"라고 여러 차례 방송해 물의를 빚었다.
전통적으로 여성은 도효 출입이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4일 연례행사인 스모 봄철 순회흥행 행사가 교토부(京都府) 마이즈루(舞鶴)시 문화공원체육관에서 열리던 중 도효위에서 인사말을 하던 다타미 료조(多?見良三) 마이즈루 시장이 졸도했다.
놀란 스모협회 관계자들과 간호사 자격증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여성 관객이 급히 도효위로 뛰어 올라가 응급조치를 했다.
그러자 장내 아나운서를 맡은 스모 심판이 "여성은 도효에서 내려가라"고 수차례 방송했다.
스모협회 관계자들은 쓰러진 시장을 안고 내려와 응급조치 후 병원으로 옮겼고, 시장은 의식을 회복했다. 시장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태에 대해 핫카쿠(八角) 일본스모협회 이사장은 "순간적으로 응급조치해준 여성에게 깊이 감사한다"면서 "(전통을 의식한) 심판이 깜짝 놀라 (여성은 내려가라는) 방송을 했지만, 사람의 목숨이 관련된 상황에서 부적절하게 대처했다. 깊이 사죄한다"는 논평을 발표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인터넷에 "구명 활동을 중지하라는 말이냐", "이런 비상식적인 방송이 있느냐"는 비난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또 트위터와 유튜브에는 시장이 쓰러진 직후 모습을 찍은 동영상 투고가 잇따르고 있다.
트위터 동영상에는 도효위에 하늘을 향해 누운 남성에게 스모협회 관계자로 보이는 복수의 남성이 달려가 걱정스레 지켜보는 모습이 찍혀 있다. 이 장면 직후에는 여성 1명이 도효위로 올라가 인공호흡을 하는 듯한 모습도 찍혔다.
다른 유튜브 동영상에는 또 다른 여성 2명이 도효위로 올라가고 이어 "여성은 도효에서 내려가라"는 방송이 3차례 계속 나온다.
일본 스모계는 도효에 여성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금녀 전통'을 엄격히 지키고 있다. 일본 역사서인 니혼쇼키(日本書紀)에 따르면 일본 스모계는 "스모가 시작된 642년 이후 약 1천400년간" 도효에 여성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해왔다.
스모계의 이런 전통 때문에 2000년대 초 여성인 후사에(太田房江) 당시 오사카부(大阪府) 지사가 도효 위에서 상을 수여하려다 '금녀 전통'을 내세운 협회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된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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