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동방항공은 여객기 도입선·구매 기종 변경 검토
(베이징·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김진방 특파원 = 중국 정부가 미국산 항공기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 계획을 밝히자 중국 항공사도 기종 변경을 검토하며 강경 대응에 힘을 실었다.
5일 텅쉰(騰迅)망에 따르면 중국 동방(東方) 항공은 미국과의 무역마찰에 따라 이미 항공편 조정을 포함한 각종 대응책을 마련하고 항공기 도입선이나 구매 기종을 바꾸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전날 미국산 항공기 등에 대해 25%의 고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상태다.
동방항공은 당초 올해 여객기 52대를 늘리기로 하고 373억 위안(6조2천846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었다. 이 중 283억 위안(4조7천682억 원)을 미국 보잉 여객기 구매에 사용할 예정이었으나 이 계획을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마쉬룬(馬須倫) 동방항공그룹 회장은 전날 기업설명회(IR)에서 "무역분쟁의 결과가 실제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모르겠다"며 "미중 협상 결과에 따라 여객기 구매를 위한 다음 행보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국유기업인 동방항공은 중국 정부 당국에 힘을 실어주며 그 뜻을 따르겠다는 입장도 함께 천명했다.
마 회장은 "미중 무역전쟁에는 승자가 없다. 중국은 무역전쟁을 원치 않지만 두려워하지도 않는다"고 중국 당국의 수사를 그대로 되풀이하면서 "무역전쟁의 어두운 그림자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 만큼 협상을 통해 해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동방항공처럼 중국이 항공기 도입선을 교체할 경우 미국 보잉사는 직접적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관세를 부과할 미국산 항공기 목록에는 15∼45t 중량의 항공기가 모두 부과 대상으로 올라 있어 중국이 보잉으로부터 수입하는 항공기의 3분의 1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중국이 보잉으로부터 수입하는 주력 항공기인 '737 NG'((Next Generation) 모델은 중량이 25t으로 관세부과 대상에 해당하며 전체 수입량 100억 달러(약 10조 원)의 3분의 1에 이른다.
보잉의 차세대 모델인 '737 맥스 8'은 이번에 발표된 중량 기준보다 약 70㎏ 더 무겁기 때문에 관세부과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아직 주문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보잉의 피해는 클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발표된 관세부과 대상에 보잉 747과 777 등 대형 항공기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중국은 내수용 중소형 항공기 수요가 크기 때문에 보잉에는 직격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만약 무역갈등이 확대해 실제로 항공기에 관세가 부과된다면 차세대 항공기인 '737 맥스8'까지 범위가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보잉이 만드는 여객기 4대 중 한대가 중국에 팔릴 정도로 중국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당시 중국은 370억 달러(39조2천억 원) 규모의 300대의 보잉기 구매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앞으로 20년간 중국의 여객기 구매액이 1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보잉의 예측도 중국 의존도를 심화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하지만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소형 항공기에만 관세를 적용해 보잉의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하며 보잉을 대체할 수 있는 에어버스도 현재 주문이 밀려있어 중국이 주문을 돌리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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