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공포영화에서 '공포지수'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소리다.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역발상으로 시작한다. 설정부터가 '소리 내면 그 즉시 죽는다'이다. 영화 상영 30분이 지나도 배우의 음성은 들을 수 없다. 사각사각 풀잎을 스치는 바람 소리 같은 음향과 배경음악이 깔릴 뿐이다.
작고 낮은 목소리가 오히려 사람들의 관심과 집중을 불러일으키듯, 소리를 가급적 배제한 이 영화는 1시간 반 동안 관객을 숨죽이게 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영화 속 규칙은 스크린 밖에서도 저절로 적용된다. 깜짝 놀랄 만한 장면에서도 비명과 신음은 입안에서만 맴돈다. 그만큼 흡인력이 있다는 의미다. 소리의 진공상태에 익숙해지다 보면, 나중에는 작은 소리만 들려도 주인공보다 더 긴장하게 된다.
영화는 괴생명체의 공격에서 거의 유일하게 살아남은 한 가족의 사투를 그린다. 괴생명체는 앞을 볼 수 없지만, 온몸이 청각 기관으로 이뤄져 있다. 소리를 듣자마자 쏜살같이 나타나 사람을 해치운다.
주인공 가족은 이미 폐허로 변한 도시를 떠나 농장에서 자급자족하며 지낸다. 소리가 곧 죽음으로 이어지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일상의 소음을 최대한 줄이려는 이들 가족의 노력은 눈물겹다. 모든 대화를 수화로 하고, 신발 없이 맨발로 다닌다. 달그락 소리가 날 수 있는 식기와 수저 대신, 나뭇잎과 손으로 음식을 해결한다. 어린 남매가 가지고 노는 보드게임 위의 말도, 천장에 매달아 놓은 모빌도 모두 천으로 만들었다. 그래도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는 없다.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고, 예민하게 귀를 열어놓는다.
영화는 공포와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몇 가지 극적인 설정을 넣었다. 가장 큰 난관은 아내의 출산이다. 출산의 고통을 과연 외마디 비명 없이 속으로 삭일 수 있을지, 갓 태어난 아이의 우렁찬 울음소리는 어떻게 대처할지 등 여러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며 집중하게 한다.
초반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괴생명체는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온전한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 전반에 깔린 정서는 가족애다. 가족들은 어려움이 닥칠수록 더욱 똘똘 뭉치고 용기를 낸다. 실제 부부인 연기파 배우 에밀리 블런트와 존 크래신스키가 부부로 출연했다.
이 영화의 각본과 연출도 맡은 존 크래신스키는 제작노트에서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날 사랑해주고 믿어줄 사람을 곁에 둔다는 것, 가족을 포함해 누군가와 함께할 때 발휘되는 특별한 힘을 그려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 청각 장애를 지닌 밀리센트 시몬스와 '원더'에 출연한 노아 주프가 남매로 출연했다. 대사 없이 수화와 표정만으로도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개봉일은 오는 12일이다. 한국 공포영화 '곤지암'이 개봉 9일째 166만 명(5일 기준)을 불러모으며 큰 인기를 끄는 가운데 이 영화가 흥행 바통을 이어받을지 주목된다. 지난해 봄에는 미국 공포영화 '겟 아웃'(214만 명)이 개봉해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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