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2인조 중 한 명 흉기 찔려 사망…이웃들 "자위권" 옹호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영국의 78살 노인이 한밤에 자신의 집에 침입한 30대 절도범을 숨지게 했다는 이유로 체포됐다.
이웃이나 강력범죄 희생자 단체는 자위권 행사로 봐야 한다며 노인에게 힘을 보태고 나섰다.
런던 남부 사우스 파크에 사는 연금생활자 리처드 오즈번 브룩스는 4일(현지시간) 자정을 갓 넘긴 직후 자신의 집에 침입한 38살 남성을 죽게 해 살인혐의로 체포됐다고 영국 언론이 5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브룩스는 집에 들어온 2인조 절도범을 발견했고, 스크루드라이버를 쥔 한 절도범의 위협으로 부엌으로 밀려났다. 그사이 다른 절도범 1명은 위층으로 올라갔다.
브룩스는 자신을 위협하던 절도범과 몸싸움을 벌였고, 가슴에 상처를 입은 절도범은 집 앞 도로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그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수 시간 뒤 숨졌다.
한 이웃은 절도범의 상처가 칼로 인한 것이라며 상처 길이가 약 2.5㎝에 달했다고 전했다.
공범은 다친 동료를 데리고 가려다 포기하고 혼자 차를 타고 도주했다.
양팔에 상처가 난 브룩스는 목숨이 위험할 정도는 아니지만, 처음에는 중상해죄로 경찰에 체포됐고, 이어 살인혐의를 받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웃과 범죄단체들은 브룩스를 옹호하고 나섰다고 일간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이 동네에서 20년을 산 클렘 윌리엄스(58)는 "내 의견은 그들이 왜 그 집에 있었느냐는 것"이라며 브룩스는 자신의 집을 지킬 권리가 있는 만큼 풀려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네 방범대장인 실번 시데일도 "사람들은 자신의 집을 보호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며 이번 사건은 1999년 토니 마틴 사건을 기억나게 한다고 말했다.
영국 중부 노퍽에 살던 농민 마틴은 집에 침입한 도둑에게 총을 쏴 숨지게 했다. 마틴은 처음에는 살인죄로 유죄판결이 났고 이후 과실치사로 죄목이 경감됐다.
범죄 피해자의 권리를 옹호하는 전직 경찰 노먼 브레넌은 브룩스가 자위권을 행사했는지를 수사하기 위해 체포가 필요하다며 다만, 브룩스가 이번 죽음으로 기소돼서는 안 된다는 뜻을 밝혔다.
브레넌은 "침입자가 달아났으면 위협은 줄었겠지만, 그가 계속 집 안에 있고 더구나 무기를 가졌다면 더욱 중대한 상황"이라며 "집주인이 칼을 갖고 도둑을 다치게 했을 때 배심원단이 유죄 평결을 내린 사례를 알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사우스 파크 지역에서는 지난 2월 한 달 동안 절도와 기물파손, 차량 절도, 성폭력 등 모두 115건의 범죄 신고가 있었다. 브룩스의 집 가까이에서도 여러 건의 절도 사건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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