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제가 (키를) 낮게 부를 테니 높게 부르세요."(현송월 단장)
북한 현송월(41)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은 '가왕' 조용필(68)과 '그 겨울의 찻집'을 듀엣 하면서 조용필의 보컬이 잘 들리도록 자신의 목소리를 저음으로 낮췄다. 그러다가 2절에서는 같은 키(key)로 올려 조용필과 마주 보고 눈을 맞추면서 한 목소리로 노래했다.
'바람속으로 걸어 갔어요/ 이른 아침에 그 찻집/ 마른꽃 걸린 창가에 앉아/ 외로움을 마셔요~'('그 겨울의 찻집' 중)
지난 3일 오후 8시(한국시간)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주재로 통일전선부 초대소인 미산각에서 열린 우리 예술단 환송 만찬에서다.
만찬 말미 삼지연관현악단 4명의 가수가 피아노와 현악기 연주에 맞춰 조용필의 대표곡 '그 겨울의 찻집'을 부르자 현 단장은 메인테이블에 자리한 조용필에게 "함께 불렀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 겨울의 찻집'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전 애창곡으로 조용필이 지난 1일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우리 예술단 공연에서 선사한 노래다.
조용필은 북한 가수들이 '그 겨울의 찻집'뿐 아니라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와 '뒤늦은 후회' 등 우리 노래를 잇달아 선사하자, 예술단의 최고참 선배로서 화답해야 한다는 마음에 감기와 후두염으로 목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마이크를 잡았다.
현 단장은 앞서 공연장에서도 조용필이 데뷔 50주년을 맞은 것을 알고서 "50년간 노래하신 것은 정말 대단하십니다"라고 인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우리 예술단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날 만찬은 김영철 부위원장이 주재했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주도적으로 이끈 것은 현 단장이었다.
한 참석자는 "현 단장은 테이블을 다니며 우리 출연진과 동행 스태프에게 술을 권하고, 기념사진에도 흔쾌히 응하면서 '사진을 보내주실 거죠?'라고 말했다"며 "노래를 하고 마지막에 참석자들이 함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를 때는 직접 피아노 연주를 하면서 분위기를 흥겹게 이끌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서로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고 '고생했다'고 등을 두드려주는 분위기였다"며 "현 단장이 여러 사람에게 술을 권하느라 꽤 마셨을 텐데도 북한군 대좌(우리의 대령) 계급이어선지 무척 당찼다"고 말했다.
남북 예술인들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조용필은 지난 2월 삼지연관현악단의 서울과 강릉 공연 때 방남했던 장용식(64) 삼지연관현악단 지휘자와 반갑게 인사했다. 장용식 지휘자는 북한에서 유명한 음악인으로, 조용필보다는 4살 아래다. 두 사람은 모두 오랜 시간 음악을 했다는 점에서 허물없이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또 조용필과 이선희, 최진희, 윤도현 등의 가수들은 우리 예술단 단장인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공연 기획에 주도적 역할을 한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현 단장과 함께 '브이'(V)를 그리며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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