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13억달러 대포 수출…인권단체·의회 일부 반감 고조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예멘 내전에 적극 개입해 민간인들에게 재앙을 일으키고 있다는 논란에 휘말린 사우디아라비아에 또 거액의 미국 무기가 넘어간다. 인권단체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AP, AFP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사우디에 13억 달러(약 1조3천780억원) 상당의 무기를 판매하는 계약을 승인했다고 5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번 계약에는 팔라딘 곡사포와 자주포 180대를 판매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팔라딘 곡사포와 자주포는 탱크 차체 위에 포신을 설치한 것으로 155mm 포탄을 사용한다.
이번 계약은 미국과 사우디가 진행하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 무기거래의 최신 단계로 주목을 받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작년에 사우디를 방문했을 때 사우디가 미국무기 구입에 1천100억 달러(약 117조원)를 지출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양국은 탱크, 전함, 미사일방어체계, 레이다, 통신기기, 사이버 안보 기기 등 향후 10년간 거래규모가 3천500억 달러(약 373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국무부는 이로 인해 미국 내 일자리 수만개가 창출된다고 주장했다.
이날 13억 달러 규모의 계약과 관련, 미국의 안보협력프로그램 시행기관인 국방부 산하 국방안보협력국(DSCA)은 "중동 내 정치 안정과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미국의 핵심 파트너(사우디)의 능력을 북돋움으로써 미국의 외교정책과 국가안보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표는 사우디의 실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가운데 나왔다.
빈살만 왕세자는 지난 19일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을 시작으로 각계 주요 인사를 만났고, 미국 매체들과도 연달아 인터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빈살만 왕세자와 회담했을 당시 사우디의 미국산 무기 수입 덕에 미국 내 일자리가 늘어났다며 사우디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미 의회와 인도주의 단체에서는 예멘 내전에 개입해 수많은 민간인 사상자를 유발한 사우디에 미국이 거액의 무기를 판매한다는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과거에 우려를 나타내곤 했으나 태도가 바뀌었다.
그는 사우디가 주도하는 동맹군의 예멘 공습에 정밀 타격이 필요하다며 사우디에 특정 군수품을 한동안 판매하지 않기도 했다.
미국은 예멘 공습에 동참하고 있지 않으나 사우디 동맹군에 연료공급, 표적정보 제공 등을 지원하고 있다.
2015년 3월 사우디가 개입하면서 국제전 양상이 된 예멘 내전으로 3년 동안 1만여 명이 숨지고 200만 명이 난민이 됐다.
전쟁이 격화하면서 전염병이 창궐하고 식량이 모자라면서 각종 인도주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미국의 무기거래는 의회에서 30일 내 계약을 막기 위한 조처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행정부가 이러한 계약을 체결할 때는 대중에 공개하지 않고 주요 의원들에게서 비공식적인 사전 승인을 받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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